핸드 투 마우스 - 부자 나라 미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 여성 생존기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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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투 마우스]에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전쟁을 벌이듯 처절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충실히 담겨져 있다.

저자 린다 티라도는 중산층 가정에서 외동딸로 자랐으나 성인이 되어 빈민으로 떨어진 가난한 백인이다. 티라도는 말한다. 실직 상태에서 가난한 것은 충분히 견딜 만한 일이라고. 그러나 투잡을 뛰며 죽어라 일하면서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을까.

어느 날 티라도는 한 사이트에서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을 달았다. 그런데 그 글이 <허핑턴 포스트> 등에 실리고 수백만 명이 읽게 되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녀가 말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파괴적인 결정을 하는 이유, ‘어차피 가난하지 않을 일이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린다와 그녀의 남편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수입의 절반으로 주거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잘 드러내준다. 나머지 절반으로 차 유지비와 생활비, 공과금비 등을 내는 일이 버거울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그녀는 훗날 비싼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소소한 즐거움(5달러짜리 웬디스 햄버거를 먹는 일 같은)이 사라져버린 황폐한 삶을 살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린다는 어차피 3일 후면 돈이 다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에 호주머니에 돈이 있을 때 조금이라고 인생을 즐기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차피 돈을 모으는 일은 불가능하니까. 어쩌면 그들이 장기적인 일을 계획하지 않는 것은 방어기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랬다가는 가슴만 아프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벗어날 수 없는 재난 상태에서는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빈곤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고 대단히 위험하다. 린다는 요리 노동자로 고단한 삶을 살 때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팔과 손은 튀김기를 사용하며 생긴 숱한 상처들로 덮여 있다. 거의 200도에 이르는 기름들이 사람 팔에 닿을 때 따끔거리지 않기 때문에 기름이 튀는 것을 완전히 피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븐 장갑이 해졌는데도 구두쇠 식당주인이 새 장갑을 사주지 않아서 손을 덴 적도 있다. 칼이 미끄러져서 거의 손가락뼈까지 잘린 적도 있다. 발에 무거운 도구를 떨어뜨린 적도 있는데 너무 바빠서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낼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부상을 당한 일이 열 번도 넘는다. 한 시간에 7~8달러를 벌기 위해서 그런 일들을 겪는 게 불가피했다고 한다. 린다는 요리 노동자의 일이 그렇다는 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위험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린다는 자신이 흡연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녀는 고된 노동으로 언제나 기진맥진해 있다. 한 발짝도 더 딛지 못할 만큼 피곤할 때 담배를 피우면 한 시간은 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시달려 극도로 감정이 초조해지거나 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때 담배를 피우면 아주 잠시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흡연은 그녀가 쓰러지거나 폭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단 하나뿐인 긴장해소법이라고 한다. 린다는 아직 다른 대책을 찾지 못했기에 비싼 담배를 계속 피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린다는 자신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왜 패스트푸드 점에 와서 백화점의 서비스를 요구하는가?’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의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삶은 손님들에게 상냥한 응대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종업원들에게 주 40시간 정도의 충분한 근무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쁜 주말 시간을 위주로 주 20시간 내외의 들쭉날쭉한 시간 밖에 주지 않는다. 그러니 투잡이나 쓰리잡을 뛰며 고단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들에게는 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노동 조건이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대개의 고용인들이 종업원들에게 의료보험비조차 대주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손님에게 햄버거를 건네면서 가식 없는 명랑함으로 열렬하게인사를 보낼 수 없다. 또한 그런 고용인의 이윤을 높여주기 위해서 신경 쓰는 일도 불가능하다. 그녀는 강조한다. 가난한 이들도 받은 만큼만 돌려 줄 수 있다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린다가 알려주는 조언은 이렇다. 그에게 걸어가 귀찮게 해서 미안합니다. 다른 일로 바쁘신 것은 압니다만, 이러이러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제가 사야 해서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할 기분이 전혀 없는 그 사람에게서도 좋은 서비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에겐 늘 동시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주어진다는 점을 존중해줘야 한다. 임금을 쥐꼬리만큼 주면서 노동시간 중에 고객 서비스에 더해 엄청난 잡일을 요구하지 않는 사장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린다 티라도는 지신이 고된 임금노동자에게 분노를 터트렸던 일에 대해서 아프게 털어놓기도 한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아기의 귀저기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간 날이었다. 마트 안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기저귀를 찾을 수 없었다. 기진맥진해서 완전히 쓰러질 것만 같은 찰나, 그곳에서 일하던 가난한 여자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린다의 입에서 이런 힐난의 말이 튀어나왔다.

당신네는 그 빌어먹을 기저귀를 대체 어디다 숨겨둔 거예요.”

너무 지쳐있었던 그녀의 몸과 뇌는 그런 비난의 말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일을 겪은 후 린다는 자신처럼 비참한 상태의 고객을 상대하는 입장일 때 그 고객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확신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었지만 그럴 기력이 전혀 없었던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누군가가 계속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시키고, 또 시켰을지 모르기 때문에.

[핸드 투 마우스]는 나로 하여금 카페에 갈 때마다 알바하는 친구들에게 초콜릿이나 과자 한두 개씩이라고 건네게 만들어준 책이다. 미약할지라도 삶을 변화시키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별점 다섯 개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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