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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찬이 -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
김주연 그림, 김재석 글, 채수 원작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6월
평점 :

'1511년 중종 임금의 명으로 모조리 불태워져 전하지 않다가 1996년 극적으로 앞부분만 발견된 소설' 이 있다.
금오신화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한문 소설로, 한글로 표기된 최초의 국문 번역 소설이기도 한 '설공찬전'은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조선의 판타지 소설이자, 당대 사회를 비판한 조선 최초의 금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3400여 자만 남은 설공찬전은 완성본이 아니기에, 최대한 원본의 맥락을 살펴 김재석 작가에 의해 다시 쓰여지게 된다.
조선 전기의 문신 채수라는 분이 한문소설 '설공찬전'을 지었고, 발견된 한글 필사본에는 '설공찬이'이라고 이름지어져 있다. 전하지 않는 원본보다 일부 발견된 필사본을 우선적으로 수용했기에 소설 '설공찬이'로 다시 태어났다는 책을 보며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조선시대에 금서로 지정되어 다 불태워진걸까? 궁금해졌다.
"공침아, 너는 오른손을 쓰라고 엄하게 배웠거늘 어찌하여 왼손으로 밥을 먹는 게냐?"
"저승에서는 다 이렇게 왼손으로 밥을 먹습니다."
"뭐야? 거시기 너 누구냐?"
"저 모르겠습니까? 5년 전에 이승을 떠난 조카 공찬입니다. 설. 공. 찬."
책 속에는 형제지간인 설충란과 설충수가 있고, 설충란의 딸 초희와 공찬, 설충수의 아들 공침과 업종이 나온다.
공찬이 약관 스물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5년 뒤 사촌 공침의 몸에 빙의되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내가 오늘은 염라왕의 연희에 초대받은 이야기를 해줄까 해."
공침에게 빙의한 설공찬의 혼령은 회상하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공찬은 공침의 몸에 빙의해 공침의 입으로 여러가지 저승의 이야기를 전한다. 염라전에서의 이야기, 염라대왕과 중국의 성화 황제 이야기, 천상계 이야기, 저승에서 만난 누나 이야기 등등..
"이 땅에서는 바른말을 하는 충신들은 다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잖아. 그런데 이승에서 그런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임금에게 고하고, 제명을 다하지 못한 분들은 저승에서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어"
"이승에서는 여성에게 글공부도 시키지 않고, 벼슬도 주지 않지만 저승은 달라. 글을 읽고 쓰는 실력이 있다면 여성도 벼슬을 하며 잘 지내."
아하.. 당대 조선사회를 비판했다는 부분이 바로 여기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금서로 지정되어 책이 다 불태워진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설공찬은 공침의 입을 빌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책의 원작자 채수는 '설공찬전'을 지은 후 사헌부에 의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듣지만, 중종은 파직만 명한다. 이후 경상도 함창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도 책의 후반에 소개되어 있어 책을 더욱 의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홍길동전보다 100년이나 앞선다는 설공찬전~
설공찬전도 홍길동전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히면 좋겠다.
'설공찬이'를 읽으며 마음에 가장 와닿은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가 이승에서 쌓은 공덕 하나라도 저승 창고에는 고스란히 쌓여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승에서 쌓은 작은 악덕 하나라도 저승에서는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마음을 고쳐먹으면 저승 시왕의 지옥세계도 불법의 극락세계로 바뀌는 걸 알았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