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근현대사라 함은 늘 관심이 많지만 기억력의 한계로 다 기억하지 못해 슬픈 그런 것이다.
한국의 20세기는 식민지 시절을 벗어나 고도성장을 하던 때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자유와 해방을 위한 투쟁도 있었고, 자본에 눈이 멀어 발생한 인재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누군가는 짓밟히고, 또 누군가는 괴물이 되었다. 그런 빛과 어둠이 공존하던 시대에 발생한 사건들은 너무 유명해서 다들 아는 사건부터 우리가 잘 모르지만 중요한 사건들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꽤 많은 사건을 알고 있었다. 1부에서는 <광주대단지 사건>과 <초원복국집 사건>이 생소했는데 광주대단지 사건과 비슷하게 부천에서 일어났던 건 알았는데 이 시절엔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을 많이 했나 보다. 역시 독재 정권은 무섭다.
2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였는데 성수대교나 삼풍 백화점은 알고 있었지만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었는진 몰랐다. 대한민국 3대 붕괴사고라던데 비교적 덜 알려진 느낌. 물론 다른 두 사건도 다룬다. <대연각 화재 사건>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영화 <타워링>의 모티브가 된 터라.. 근데 난 <타워>가 <타워링> 표절한 줄.
3부는 내가 좋아하는 사건부분이라 <난중일기 도난 사건> 빼곤 다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 난중일기를 훔칠 생각을 하다니 그걸 일본에 팔 생각을 하다니! 잡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4부는 두어 개 빼고 다 생소했는데 한국 현대사 속에서 만들어진 괴물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하나 피해자들이 얼마나 억울했을지 보면서 치가 떨렸고 특히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왜 몰랐을까 반성을 많이 했다. (부천에 꽤 오래 살았다.) 게다가 민주화 운동하면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와 같이 이름을 언급하는 분이라는데 난 몰랐다. 앞으로 권인숙 님의 이름을 외우며 반성해야지🥲
정치, 사회, 문화 등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강강약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된 이들이 없는지,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상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예전부터 인재로 인한 참사가 끊임없이 나고 있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 보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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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직 자리는 남성들이 독점한 채 말단 생산직 중에서 알량한 조장이나 반장 자리를 두고 여공들끼리 다투게 했다. 여공 사이에서 집단적 경쟁을 부추겨 내부 분열과 갈등을 일상화하려는 의도였다. -p.69
🔖한국의 보편적이고 성숙한 민주 시민들에게 이런 수준 낮은 공작과 비열한 공격이 타격을 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일부에선 광주 폄하와 민주화에 대한 비하가 밥벌이처럼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에는 벌레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p.76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성장'과 '발전'만을 중히 여기고 '사고'와 '재난'을 대비하는 일에는 소홀했다. 만일의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 시스템도 부재했으며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 전반의 대응 능력 역시 취약했다. -p.163
🔖장영자 이후 '조희팔' '굿모닝시티' '나라종금' 같은 나라를 뒤흔드는 사기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다. 경제사범이나 사기꾼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후과다. 아니면 이런 사기 사건들과 내밀하게 관계된 힘 있는 자들이 여전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 말대로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 -p.185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칭했다. 무너져 내린 교량의 처참한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자랑해 마지않았던 한강의 기적을 조롱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