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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중·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 소위 국사 편찬 위원회가 저술·편집한 국정 국사 교과서(상)과 (하)편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각본대로 시험을 보면서 국사란 글자의 나열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였다. 항상 텔레비전에 넘쳐나는 수많은 사극을 보면서도 어제 드라마에 나온 배우가 오늘에 사극에 나오니 시대감이나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그저 오락 프로그램으로 소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고등 대학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교과서에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조로 서술된 독립협회 일파의 미국과 서구에 대한 이념적 태도는 존경을 넘어서 숭배의 단계이다. 그들의 근대화는 눈에 보이던 위생, 유행병, 문맹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것을 서구식으로 뜯어고칠 것을 급선무로 삼았던 듯 싶다. 서재필이 '연대'로 착각했던 미국과 남미의 관계가 실제로는 폭력과 착취를 기만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처럼 현재 미국의 인간주의란 미국의 자원 야욕을 위해 이라크를 침탈하고 석유 재벌들은 뒤에서 물심 양면 침략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기존 이권의 상실에 반발한 프랑스와 독일의 기만적인 전쟁 반대는 19세기 제국주의 열강과 다를 바가 없다. 독립신문을 들추어보면 100년 전 조선과 지금이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상화된 폭력과 가난·기근·질병·착취등이 사라지고 '근대화'에 성공한 듯 싶지만 19세기에 시작된 열강의 외교적 침탈은 지금까지 맹맥을 유지하고 있다 19세기 치외 법권이었던 일본인이 단지 미국인으로 바뀌고 일인의 말에 치어죽는 것이 미군의 탱크에 깔려 죽는 것으로 변한 것뿐이다. 지배 언론의 대외 인식 또한 변한 것이 없다. 2003년 4월 2일자 파병 결정을 중앙 일보는
이번 노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대해선 여당의 민주당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더 열심히 지원했다. 이는 상생(相生)의 정치를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라 평가된다.
미국의 장단에 맞추어 죄 없는 이라크인을 죽이는 것이 상생인가? 상생은 서로 살자는 것인데 아이러니 하기 그지없다.
유식하고 유지하고 충군 애국하는 여러 군자들은 철도·광산 까닭에 세월을 보내지 말고 정치가 일신하여 백성들이 내 나라를 사랑할 마음이 나도록 주선을 하시기를 바라며........
라는 대목은 97년 구제금융 후 모든 경제 시스템을 미국이 주도하는 IMF에 맞게 재편한 후 우리의 경제 종속이 더욱 심해진 것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는 단지 백성에게 정치적 아량을 베풀라는 의미인지?
친미 개화파의 의식을 친일파가 사회 Darwinism으로 이어받고 냉전 세력으로 다시 수구세력으로 탈바꿈한 지배층은 이라크 파병에 수수 방관하며 오히려 한국인 피살을 계기로 빠른 파병을 재촉하며 미국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라고 밝혔듯이 100년 전 오늘을 통해 현 세계의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은 역사가 오늘을 통해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