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의 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 책은 주디 추 라는 교수가 한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남자 아이들의 성장관찰기이다. 나는 4세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고 세상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내 자녀를 잘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어린이집 생활을 표면적으로 보자면 우선 남자아이들끼리 잘 어울린다, 자동차, 로봇 등 전형적인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생각하였다. 남자 아이들끼리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는걸까? 그리고 장난감은 어른들이 여자아이 장난감, 남자아이 장난감 규정지어서 손에 쥐어줘서 아이들에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점들을 이 책에서는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딸 키우는 엄마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소리까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아들을 잘 이해를 못해서인 부분도 많은 듯 하다. 대표적인 양육자인 엄마는 아들과 성(姓)부터 다르다. 한참 전 베스트셀러였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역시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엄마를 미치게 하는 남자아이 키우는 법' 등 딸과 여러가지 면에서 아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지 알려주는 육아서까지 속속들이 등장을 한다. 아들은 분명 딸과 다른 면이 있지만 또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수도 있다.
최근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좀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원래 단짝이었던 덩치 크고 집에 장난감이 무지 많은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그 옆에 사는 친구와 친하게 되면서 그 셋은 잘 어울렸었는데 어느날부턴가 우리 아이를 제외한 두명이 짝을 이뤄 이따금씩 '너랑 안놀아'한다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또다른 얘기는 단짝이었던 친구가 놀이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시점과 딱 맞아 떨어져 ' 아! 우리 아이에게도 이제 시작이 되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아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첫번째 키워드는 '서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벌써부터 어린이집에서 서열관계가 나타나는건가 싶었다. 조금 겁이 났지만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이고 오히려 우리 아이가 어떻게 아이들 사이에서 지낼지 궁금해졌다. 여자아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집단 같은 모습이지만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서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무리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여자아이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무리로 있을때와 혼자 있을때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한다. 혼자 있을때는 더없이 솔직하고 자기 표현을 잘하고 감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동시에 아들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람도 남자의 세계가 동물들의 수컷 세계와 부합하지 않는가 생각도 들었다. 서열, 계급 이런 단어들이 겨우 4살 먹은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존재를 한다니 말이다. 그렇기에 남자아이는 아빠와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한다.(p.49) 나는 남편에게 이 이 부분을 강조하여 보여주려 한다. 지금도 물론 아들에게 좋은 아빠노릇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아빠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아이에게 자기 확신과 용기, 자신감이 되어 준다는 것을 말이다.
왜 하필 4~6세인가? 이 시기는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라 사회적 위치가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이 낯선 외부세계와 자신의 내면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발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라면 질색하는것, 엄마와 멀어지는 것, 느닷없이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 모두 이 시기부터 나타난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들의 변화는 진짜 남자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후에 변해간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긍정적인 기대'라고 한다. 그것은 남자아이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주고나 노력하게 만든다(p.159). 여기서 살짝 아쉬운 것은 긍정적인 기대라 함이 좀 추상적이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들과의 대화법이나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해 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판단하지 않고 듣기, 감정의 롤모델이자 위안처가 되어주기 등 책에서 제시하는 아빠들이 찾은 해결책은 좀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아들이 또래 아이들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본능(마음)을 따르라고 가르치고 응원해 주고 싶은 생각에는 동의한다.
책에서 말하는 4~6세는 만 나이다. 만 4세를 앞두고 있는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이 책은 앞으로 '남자'아이로 성장할 아들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감정적인 대비가 되어 안심을 주는 책이다. 육아서인 만큼 엄마와 아빠가 공유하여 책을 접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은 다 중요하니까 말이다. 앞으로 아이가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모습(이건 듣는 것 위주겠지만)을 통해 이 책과 접목을 시켜서 우리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