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만들어 둔 탄탄한 세계관과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소설은 금방 읽혔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나인이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기 능력으로 수사가 완료된 사건인 박원우 실종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묻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괜히 얽히면 너만 곤란해질 테니 알아도 모른 척하라는 외부의 말에 나인은 종족이 사라진다는 것만이 멸종이지 않는다며 세상에 딱 한 사람이던 박원우가 사라진 것도 멸종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결코 진실을 지나칠 수 없다고. 그렇게 나인은 사람들이 숨겨 둔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강한 힘을 가지면 그런 선함도 함께 깃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334P) 지모는 후자이기를 바란다. 나 또한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생겨난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인의 선택과 행동으로, 그리고 그런 나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나인의 친구 '현재'와 '미래'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불현듯 드는 의구심을 잠재우고 전적으로 나인을 믿으려는 이들의 용기는 나인에게도, 박원우의 아버지에게도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의 태도는 소설을 읽는 나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건넨 말과 행동이 어떤 면에서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선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했다.

때때로 인간의 영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고는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바로 잡을 수 없을 거로 생각해 그 상황으로부터 무감해지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모가 한 달 동안 땅을 파헤쳐서 죽은 땅을 식물이 자라는 땅으로 바꾼 장면으로, 나인이 친구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장면으로 에너지를 전달받았다. 나에게도 척박한 땅에 식물을 키워낼 힘이, 뒤틀린 세계가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깊은 감동과 울림을 받는 장면이 많았고,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 줄을 치며 소설을 읽었다. 재미와 감동, 영상미가 가미된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다면 천선란 작가의 『나인』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