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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역사상 최초로 SF 장르의 문을 활짝 열어준 책
창조자가 통제하지 못하는 피조물의 탄생
고전소설 『프랑켄슈타인』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재구성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수요가 있어야 생산이 되듯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괴물의 이야기를 찾는 독자와 관객이 존재하기에 표현방식만 달리하여 영화와 뮤지컬과 같은 장르로 재현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으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사랑을 받을까. <터미네이터>, <블레이드러너>, <아이, 로봇>과 같은 유명한 영화 또한, 『프랑켄슈타인』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라고 하니 메리 셸리가 창작한 최초의 SF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을 더욱더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를 하고 만난 『프랑켄슈타인』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충족시켜 주었다. 결말을 알아도 그 결말에 닿는 데까지의 사건이 촘촘한 구성으로 진행돼서인지 다음 장에서 일어날 또 다른 일련의 일들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제껏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줄거리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명한 소설이었기에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설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원래 이런 이야기였단 말이야, 라고 놀라 해 하며 서사를 따라갔다. 굵직한 뼈대만 인지했을 뿐이지, 세부적인 내용을 감각적으로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을 소설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그중에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고 괴물을 창조한 박사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의 발견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빨은 진주같이 희었지만, 화려해 보이는 외양은 허연 눈구멍과 색깔 차이도 그다지 없는 물기 가득한 허연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의 살갗 그리고 일자로 뻗은 검은 입술과 짙은 대비를 이루어 더욱 끔찍해 보일 뿐"(66P~67P)
그 외에도 괴물을 묘사한 소설 속 문장으로 영화에서 보이던 괴물의 형상이 아닌 또 다른 괴물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간략한 줄거리]
소설은 북극을 탐험하는월턴이 조난당한 프랑켄슈타인을 구조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월턴에 의해 기력을 회복한 프랑켄슈타인은 낙담과 후회, 복수심을 느끼며 자신이 겪은 일을 월턴에게 이야기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으로 이상적인 인간을 창조하려 했으나 야심과 달리 흉측한 괴물을 창조하게 되고, 그런 괴물의 모습을 보고 공포에 사로잡힌 그는 괴물에게서 달아나 버린다.
후에 다시 만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사회로부터 받은 멸시와 소외를 털어놓으며 자신과 같은 외형의 존재를 창조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갈등하던 프랑켄슈타인은 결국 괴물의 부탁을 거절한다. 누군가로부터 포용 받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 분노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살해하고,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괴물의 뒤를 쫓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편리함과 경이로운 과학 지식이 불러온 절망적인 상황들, 문명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존재로 창조되었으나 책임을 지지 않은 창조주로 인해, 그리고 미와 추라는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되어 배척당하는 괴물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창조되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괴물은 외부 시선에 의해 순결한 자에서 복수 자의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선의를 베풀었으나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혐오감을 느끼고 악한 인물로 인식하며 타자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지금 사회에도 존재하는 타자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같은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 하기에 유효하다.
또한, 자신이 창조한 존재를 버리고 달아나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에서 과학 사용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경고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그런 프랑켄슈타인의 무책임한 모습은 그가 창조해 낸 괴물이 더 인간성 있게 느껴지게 했다. 그러면서 괴물을 인공지능으로 대입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이 불러올 문제점 또한 사유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원형, 과학적 이슈의 원형을 담은『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토론 거리를 제공한다.
근원적 물음과 사유가 담긴 고전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문제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게 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깊이 있는 원형을 제시하는 고전소설이야말로 과거의 자취, 현재의 문제뿐 아니라, 미래의 일어날 일까지 상상하도록 한다. 고전소설의 중요성은 이미 번역되어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꼼꼼하고 가독성 있는 번역으로 계속 출간되는 데 찾을 수 있다.
당시 19세였던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집필한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흥미진진한 갈등 구조와 함께 현재에도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사유할 수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본 적이 없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