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환 작가의 그림과 중국의 다이윈 작가의 글이 합쳐진 한중 합작 그림책 프로젝트라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이 책의 글작가는 다이윈이라는 중국 작가로
몇년 전 우연히 <중국의 반고흐>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자오샤오융의 이야기를 글로 썼습니다.
명화를 똑같이 따라 그리는 화공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화공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였지요.
다이윈은 이 마을에 가서 이 책에 나오는 아빠 자오샤오융을 직접 만났는데,
그가 고흐의 작품을 응시하며 "달라. 달라..."라고 중얼거리던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해요.
고흐의 그림을 수십만번 따라 그리던 자오샤오융이 네덜란드로 가서 고흐의 원화를 본 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진정한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전 <나의 아빠 반 고흐>라는 제목과 이명환 작가 그림이라는 걸 듣고는,
<미장이>였던 이명환 작가의 아버지의 이야기와 맞닿는 점이 있을까 궁금했었어요.
미장일을 하는 아버지를 기술자로 보기보다 예술가로 다시 보는 시선이 담겨있을 것 같았거든요.
책을 보다보니, 자신이 하는 일에서 진정한 창조와 예술가로의 삶을 선택한 자오샤오융과 자신의 일에서 자신만의 미적, 예술적인 관점을 담아 일하는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묘하게 겹쳐보였습니다. 인테리어, 도배, 미장은 물론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어떤 미술활동과 연계할 때, 검색으로 아이디어를 얻지만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결국 자신이 담고 싶은 것을 담아 변형시켜 자기만의 수업을 전달하는 것처럼, 사실 우리는 많은 부분에 예술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AI가 아무리 지브리풍, 고흐풍 그림을 멋있게 만들어준다해도, 그것은 생성물이기에 '예술'이라 부를 수 없지요. '예술'이 가진 특성은 '창조성'이니, 명화 모사에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가는 아빠의 변화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