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줄임표 사이에 엄마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어쩜 엄마는 이야기하기 싫었었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아프지만 담담하게 이야길 꺼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에선 아빠는 추억속으만 나오고, 현재에는 나오지않아요.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어 아빠는 지금 함께 하지 못하고,
엄마와 아이가 이사온 새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된듯 합니다.
과거에는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는 아빠.
옆지기가 없어진 여자사람은 '어른'이지만 더 많이 심난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집에서 아이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하지요.
아이의 낯설고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 아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이를
다시 기억하기.
그 기억을 떠올리기엔 아프고 힘들수도 있지만,
어쩜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공감코드일수도 있습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아빠는
엄마와 아이, 이 둘만이 함께 나누고 보듬을 수 있는 상처이지않을까...
함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고,
지금은 없는 이를 기억하고,
다시 추억으로 저장하는 시간.
어쩜 같은 상황을 겪는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상실과 애도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끼리여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여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그렇게 말갛게 나온 속살에 서로가 밴드를 붙여줍니다.
아이는 엄마와 이야기하며 정리되고 편안해져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밤이지요.
다음날 아침, 잠든 엄마에게 이불을 더 덮어주며
창문을 열어 해가 뜨고, 다시 또 기억냐냐고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