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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ㅣ 인생그림책 29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평점 :
표지의 두 소녀들, 그네에서 무슨 이야길 하고 있을까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네를 타고 있는게 아니라 몸을 돌려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합니다.
한 아이가 고개를 더 들이밀고 있는 거 보면, 나머지 친구의 이야기를 꽤 집중해서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표지에는 사람이 있었다면,
속표지는 배경이 없이 제목과 빈 그네만 보입니다.
그네가 '응~ 내가 주인공이야. 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이리로와봐.'라고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 이 그네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벌써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실 작가의 의도는 모르지만)
독자를 책으로 쑤욱 빨려들어가게하는 작가의 웰컴 선물같은 느낌입니다^^
그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어요.
바다 바로 앞에서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와서 여기 앉으라고요.
사람들이 어울리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보내고,
고민끝에 결정을 하기도 하는 자리였지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나이들어가고...
시작이면서 끝나는 자리지요.
이렇게 인생을 보여주지요.
사람이 아니라 그네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니
살아가며 그안의 고민들이 누구나에게 다 있는거지 하며 끄덕이게 됩니다.

그네는 삶과 이야기와 꿈의 자리라는 말도 좋고, 그림도 멋있는 장면입니다.
밤이지만 어둡지않고, 기괴하지않은 신비감도 있고요.
환한 보름달이 떠있고, 그네를 타는 사람, 그리고 말,
신비로울 정도의 푸른색 이파리, 그리고 무당벌레가 보입니다.
(이제 말하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바로 생각나네요ㅎㅎ)
말은 시야가 넓고 청각이 발달했고, 인간과 교감도 많이 된다고 하지요.
그네타는 아이 바로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말,
이 말은 경계를 풀고 이 아이의 곁을 지키고있는데,
왠지 무척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들은 친구일듯 싶어요.

어릴때는 그네를 타다가 손의 방향을 바꿔잡고 훌~~ 쩍 뛰어서 내렸지요.
친구랑 누가 더 멀리 뛰나 시합도 하고요,
지금은 무서워서 못해요TT
아이가 그네가 다 멈추지않았는데도 먼저 내리면,
안전하게 타자~를 외치지요, 완전 심장이 쪼그라들었죠.
그림 테두리 밖으로 뛴 아이를 보며 어릴 적 생각도 나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모험을 하려면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커야겠구나 싶고,
아이일 때는 괜찮아, 재미있겠는데~하며 도전했던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는 망설이며 이것 저것 재는 제 모습도 보이더라구요.
아이의 팔이 그림의 선 밖으로 나가는데,
그래도 이 아이는 위험하게 다치지않아요.
정해진 테두리에서 조금 나가도,
크게 달라지지않아. 그냥 한번 해봐~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바다 앞의 그네.
예전에 속초에 갔을던가 바다 앞 그네가 있었는데,
그네타면서 바다를 보니 무척 평온하고 좋더라구요.
한참을 탔던 기억이 납니다.
이 그림같은 그네가 실제 있다면, 저는 매일 그곳에서 그네를 타고 싶네요.
이 책을 보며,
그네가 말을 걸지요.
네 삶의 자리는 어디냐고.
한번에 바로 찾아지진않아요.
그래서 여러번 천천히 보게 됩니다.
아마도 몇번 더 보며 자리를 옮겨가고 있겠지요.
페이지가 울지않고 180도 쫙 펴져서 그림을 휘어지게 보지않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 이런 섬세한 디테일이 맘에 들어요^^)
그림이 아름다워서 떼서 벽에 붙여놓고 보고 싶기도 하고,
한번에 다 보는 것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여러번 보는 게 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두고두고 보기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좋게 읽었습니다^^
**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진심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