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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노래
김상한 지음, 최정인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7월
평점 :
와하~~ 파랑파랑!
강렬한 파랑이 두눈을 사로잡습니다.
겉싸개를 보면 파란 바다와 핑크빛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목발을 집고 서있는 하얀 원피스의 소녀,
하늘빛, 노란빛 담벼락, 자주빛 꽃!
그냥 멋진 그림 한폭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어요.
실제 겉싸개를 만지면 질감도 달라요.
미끈한 비닐 코팅종이가 아니라, 꾸덕꾸덕한 물감이 남아있는 듯한 진짜 작품을 만지는 느낌입니다.
(이 맛에 책을 소장하지요 ㅎㅎㅎ
도서관책들은 보통 겉싸개를 벗기거나, 좀 특이한 질감의 종이는 비닐로 덧씌워서 여러사람이 봐도 손상되지않게 하니깐요... 평소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면서도 이렇게 겉싸개가 독특하면, 그 책은 꼭 소장하고 싶어지더라구요 ㅎㅎㅎ)
"나에게 너의 노래를 들려주겠니?"
겉싸개 뒷면엔 너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써있는데,
바다를 바라보던 그 소녀가 한 말인지,
바다가 소녀에게 한 말인지,
바다가 나에게 하는 말인지,
책을 보다보면 알 수 있지만, 여러 의미로도 읽힙니다.
겉싸개를 벗긴 후 뒷표지에서 만나러 갈테니 기다려달라고 화답합니다.
표지에선 소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지만 뒤로 고래가 보이고, 소녀의 시선은 다른 아래쪽이고...
소녀가 만나러 간건지,
고래가 소녀를 찾아온건지,
소녀의 시선을 따라 누군가 있는건지...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도 나고, 여러 의미로 읽힙니다.
이 책은 겉싸개와 겉표지가 마치 짝꿍처럼 이렇게 주고 받는 말이 매력이네요!
첫 시작이 [바다가 들려. 나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소녀의 눈동자에 바다가 한가득 차 있는데,
바다가 보여가 아니라 바다가 들려. 소리로 이야기를 하지요.
시적표현 같기도하고,
이 소녀의 몸이 불편하기에 '움직여서 보는' 것보다 '가만히 들리는'것이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이 소녀는 옆모습은 좀 어린아이같고, 정면 모습은 좀 성숙한 느낌입니다)
파도에 실린 고래의 노래를 만나러 가는 길.
애들 게임의 무한의 계단이 떠오를만큼 아찔한 계단입니다 TT
하나하나 천천히 균형을 잡으며 조심히 내려오고 있는 소녀.
한참을 내려가도 계단은 엄청 많아요.
중간에 빈 공터에세 공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아이들 옆으로
벤치에서 이 소녀는 시무룩한 얼굴로 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단이 한참 남았거든요.
그 때 누군가 이 소녀를 바라봅니다.
책을 한가득 안고 가는 소년.
과연 이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이 장면이 참 조마조마했어요. 이 소년도 짐이 많잖아요.
트럭에 여러 짐들이 망에 씌워져 있는 것 보면 아마도 이사를 온 소년같아요.
소녀는 벌떡 일어나 서있는데,
이 소년이 아는 아이일까? 혹시 다치기전 첫사랑 짝꿍? 아님 첫눈에 반해서?
아니면, 그냥 소녀가 내려가려고 다시 일어났는데 우연한 타이밍?
아~~~ 혼자 소설쓰면서 이 둘의 관계를 추리해보는데,
이 장면의 글에선 이런 얘기가 안나와유TT
(이런 뻘짓같은 상상도 그림책의 매력이겠죠 ㅋㅋ)
책을 든 소년이 움직인다는건...
아마,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을 뜻할까요?
배움과 지식, 책, 이론 같은 것들을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나타내주는 것 같기도해요.
책이 의미있다는건,
책는 읽는 행위 자체로서가 아니라
책을 읽은 이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니까,
아는 건 실천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소년은 책을 들고 있는 소년이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은 그림만 봐도 나도 바다로 가는듯 힐링이었고요,
글은서정적이어서 마치 아름다운 시 한편 읽은 느낌입니다.
바다의 노래,
고래의 노래를 들려주는
파랗디 파란 이 바다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기전 아름다운 바다겠지요.
이젠 바다의 휘파람소리가 점점 울음소리로 변할 것 같습니다.
이젠 오염수가 바다에 희석되어 고래의 노래가 무척 슬퍼질 것 같습니다.
이젠 고래의 노래는 커녕 바다의 절규만 들릴 것 같아 마음이 무척 무거워집니다.
---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의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고,
이 글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