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하트비트 (Heartbeats, 2010)

감독: 자비에 돌란
주연: 닐 슈나이더, 모니아 초크리, 자비에 돌란

- 남자 하나, 여자 하나, 게이 하나 

다비드 조각상을 닮은 아름다운 금발 곱슬머리에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매력적인 한 청년이 있다. 같이 수다를 떨고 같이 쇼핑을 하는 단짝 친구인 마리와 프랑시스는 한눈에 그 청년-니콜라에게 관심을 갖지만, 겉으로는 쿨한 척 '내 타입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관심하게 일하는 척 하면서 서로 번갈아 은근슬쩍 니콜라를 쳐다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앞으로 그려질 세 사람의 관계의 서막을 알려준다.
두 친구에게 각각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만한 모호한 태도로 다가오는 니콜라의 앞에서, 마리와 프랑시스도 각각 우정을 연기하려 하지만 그들의 짝사랑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니콜라의 취향에 맞춰 마리는 점점 헵번 스타일로 복고풍 패션을 선보이고 프랑시스는 우연을 가장해 니콜라와 자꾸 만남을 만든다. 특히나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마리와 프랑시스가 그 티나는 행동들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로 인한 은근한 경쟁과 질투 등의 미묘한 심리를 포착해낸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묘미! 우정과 사랑의 애매한 경계에서 셋이 한덩어리로 뒤엉켜 어울리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감정이 폭주할지 긴장감은 팽팽하다. 뻔한 삼각관계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 쯤으로 전락할 수 도 있을만한 소재지만, 어린 나이에 배우이자 감독으로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자비에 돌란은 감각적이고 과감한 영상과 연출로 젊은이들의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연애관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주연: 마이클 피트, 에바 그린, 루이 가렐 

- 남자 하나, 쌍둥이 남매 하나

68혁명의 기운이 태동하고 있는 1968년의 프랑스. 미국에서 온 유학생 매튜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는 프랑스인 쌍둥이 남매 이자벨과 테오를 만나 매료된다. '영화광'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 이들은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함께 살면서 영화의 한장면을 재현하기도 하고 돌발적으로 영화 퀴즈를 내고 벌칙을 수행하는 장난을 치며 지낸다. 그리고 이들의 장난은 자유와 일탈을 넘어 방종의 단계로까지 치달아 간다.
이자벨과 테오는 보통의 남매와는 달리, 강력하게 자기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마치 유아기 때같은 상태로 서로에게 집착한다. 이들의 세계에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던 매튜는, 이자벨과 연인사이가 된 후로는 쌍둥이의 사이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특히 그가 테오와 이자벨을 구분하고 이자벨만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부터는 매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존재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절대적인 관계에 충돌하는 존재가 된다.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의 심정적인 관계와 젊은이들의 혁명이 몰아치는 시대배경 속에서 이상과 현실을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 어떻게 해석하든지간에 -이상(꿈) 속에 사는 테오와 이자벨, 그리고 그들에게 감화되면서도 이상만 있고 행동은 없는 테오를 비판하고 그들을 꿈에서 '성장'이라는 현실로 끌어내려던 매튜- 파격적인 관계만큼이나 각각 재기발랄함과 묘한 사랑스러움을 지닌 세 사람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 2009) 

감독: 우디 알렌
주연: 레베카 홀, 스칼렛 요한슨,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 여자 둘, 남자 하나, 전처 하나

역대 최고 짜증나는 번역제목 순위에 올라갈만한 제목이다... 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비키와 크리스티나라는 두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가서 겪는 일에 대한 영화다. 정작 이 주인공 둘 보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인물들-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이 철철 넘쳐흘렀던 영화이기도.
낭만보다는 현실주의자인 비키와 예술적 감성과 로맨스를 찾아헤매는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화가 후안 안토니오가 두 사람에게 직구로 작업을 거는데, 크리스티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비키는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의외의 젠틀함을 보이는 그에게 비키는 한순간의 낭만에 취해 홀랑 넘어가고 만다. 비키는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약혼자와 결혼을 하고, 크리스티나는 후안 안토니오와 연인이 되는데 이때 그의 전처 마리아 엘레나가 나타난다. 크리스티나가 예술적 영감을 얻던 안토니오도 실은 마리아 엘레나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 정도로, 그녀는 예술의 끼가 넘쳐흐르는 자유인이었다. 조울증을 넘나드는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세 사람이 함께함으로써 그들은 서로에게 보완과 충족을 시켜주며 균형을 이룬다. 가는 여자 안잡고 오는 여자 안막는 후안 안토니오와 세 여자의 관계는 막장이라면 막장이지만 참 우디 알렌 답게 꼬여있으면서도 안정되어 있고 시종 밝은 터치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바르셀로나의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정취와 함께 한여름밤의 꿈같은 두 여자의 예측불허 로맨스의 결말에 대한 기대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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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2008, 스웨덴

 렛미인 (Let me in)
 매트 리브스 감독
 2010, 미국 

 

언제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지만 특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불붙은 각종 새로운 현대판 뱀파이어 스토리들의 연장선을 잇고 있는 영화 <렛미인>. 만약 원작소설과 2008년에 이미 앞서 영화화된 스웨덴 판 <렛미인>을 몰랐더라면, '12살 소녀 뱀파이어의 잔혹 로맨스'라는 문구에 이제 아주 뱀파이어로 별짓을 다 하는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렛미인의 주인공은 왕따를 당하는 소년(스웨덴판에서는 오스카, 미국판에서는 오웬)과 겉모습은 12살이지만 실은 인간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뱀파이어 소녀(스웨덴판에서는 이엘리, 미국판에서는 애비)이다. <렛미인>은 외로운 두 아이가 서로 교감해가는 순수한 로맨스와 동시에 소년의 성장 또한 그려지는 영화이다. 언제나 괴롭힘을 당하면서 거기에 맞서지도 못하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이 자신의 외로움과 분노를 눌러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소년은 신비한 뱀파이어 소녀를 통해 조금씩 적극적이 되어가며 돌파구를 찾아간다. 뱀파이어라는 두려운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처연한 외로움을 지녔고 그의 공간에 들어가도록 허락을 구하는 소녀를 받아들이고 자신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소년. 주로 오스카의 시선으로 그려지던 스웨덴판에 비해 미국판은 양면적인 모습을 지닌 뱀파이어 소녀 애비를 중심으로 보다 헐리웃스러운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지만, 이 특별한 만남이 만들어가는 이색적인 로맨틱 성장담의 원형은 퇴색되지 않았다.       

  

  소설 렛미인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괴물 서커스단: 뱀파이어의 조수
 (Cirque du Freak: The Vampire Assistant)
 폴 웨이츠 감독
 2009, 미국 

 

아는 사람은 아는 또하나의 유명한 뱀파이어 환타지 시리즈 <대런 섄>의 첫번째 이야기가 폴 웨이츠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만 매력적인 환타지 어드벤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뒷편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렛미인>과는 달리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평범한 소년 대런. 하지만 그의 인생 역시 뱀파이어와의 만남으로 뒤바뀌게 된다. 대런은 단짝친구 스티브와 함께 '괴물 서커스단(서크 뒤 프릭)'의 공연에 갔다가 뱀파이어 크렙슬리를 보게 되고, 거미광인 대런이 크렙슬리의 거미를 충동적으로 훔치면서 이 기이한 '괴물'들의 세계와 연이 얽히게 된다. 거미에 물린 스티브를 위해 대런은 크렙슬리를 찾아가고, 해독약을 받는 대신 하프 뱀파이어가 되어 그의 조수로 일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면서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지닌 가장의 삶을 목표로 '이상한' 아이들과는 놀지 않고 모범생으로 살던 대런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상한' 괴물들의 일원이 되었다. 인간을 기절시키고 살짝 피를 먹는 '뱀파이어'와 인간을 죽이고 피를 빠는 '뱀파니즈'의 전쟁에 휘말리면서, 그래도 아직 피를 먹기는 거부하던 대런은 '자신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뱀파이어가 된다고 자기를 잃는 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이 시리즈에서는 해리 포터처럼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성장과 뱀파이어로서의 성장이 함께 이뤄져나간다. 뒷이야기까지 다뤄졌으면 온갖 기이하고 재미난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뱀파이어와 뱀파니즈의 대결과 얽힌 대런과 스티브의 운명 등 재미난 환타지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소설 대런 섄 시리즈 / 대런 섄 지음
  총 12권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스파이크 존즈 감독
 2009, 미국    

 

모리스 샌닥의 유명한 그림동화책을 원작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지닌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모리스 샌닥의 귀여운 일러스트속 괴물들이 스크린속에서 살아나는 것을 보는 재미와 함께 짧고 단순한 원작동화를 어린아이의 감정과 시선을 더욱 살려 풍성하게 만들어낸 것이 장점.
상상력 풍부한 9살 소년 맥스는 홀로 눈으로 이글루를 짓고 담장과 병정놀이를 한다. 누나 친구들에게 먼저 눈싸움 장난을 걸었다가도 자신의 이글루가 망가지자 엉엉 울고 그런 자신을 누나가 모른척 하면 화가 나서 심통을 부린다. 직장일에 지친 엄마는 맥스가 바라는만큼 어울려주지 못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친구와는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같이 놀아주길 바라는 자신을 혼내자 맥스는 난동을 부리고 집을 뛰쳐나온다. 정처없이 마구 달려나가 우연히 배를 타고 맥스가 도착한 곳은 덩치는 크지만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괴물들이 사는 곳이었다. 여기서 맥스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지어내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며, 하고싶은 대로 실컷 거대한 요새를 짓고 진흙전쟁을 하며 놀이를 벌인다. 하지만 그렇게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언제나 함께 붙어 즐겁게만 지내고 싶지만 다른 친구가 좋아지기도 하고 그러면 또 누군가는 질투를 하고, 또 누군가의 말은 무시당하기도 한다. 신나 하다가도 화가 나면 잡아먹겠다고 덤비고 외로워하기도 하는 직선적인 감정의 괴물들은 또하나의 맥스들이다. 왕이 되어 자신이 괴물들을 책임져야하는 입장이 되고나서 맥스는 조금씩 자기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맥스는 더이상 왕놀이를 그만두고, 괴물들에게 '너희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자 맥스를 기다리던 엄마가 맞아주며 따뜻한 저녁식사를 차려준다. 맥스가 밥을 먹으며 곁에서 자기를 지켜보다 피곤함에 스르르 눈이 감긴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마지막 장면이 웬지 더 찡한 것은 왜일까. 아이들 동화라기 보다는 유년기를 거쳐온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지음

 

  

 

 

 

 

 

  

  


 내니 맥피 (Nanny McPhee)
 커크 존스 감독
 2005, 영국
  

 

이전에 '외로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유모들'이란 주제로 영화들을 모아봤을 때도 쓴 적이 있는 <내니 맥피>. 즉, 이번에는 특별한 마법사 유모를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2편보다는 토마스 생스터가 나온 1편을 좋아한다. 1편을 봤을 때 이 귀여운 동화를 정말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ㅎㅎ
영국의 시골, 바닥난 재정상태 걱정하랴 홀로 아이들 돌보랴 정신없는 아빠와 그런 아빠의 고난은 아직 모른채 그저 사랑이 고파 말썽을 부리는 일곱 남매가 살고 있다. 특히 첫째인 사이먼의 주도로 아이들은 보모들을 모두 내쫓아왔는데, 그들의 말썽 따위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유모가 나타난다. 하지만 내니 맥피는 단지 아이들의 버르장머리만 고치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맥피가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부재했던 엄격한 훈육과 동시에 아이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의지처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면 된다고 버티던 사이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씩 깨닫고 성장하여 더이상 유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녀는 홀로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감춘다. <메리 포핀스> 등의 여타 유명한 유모 영화들을 보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며 행복하게 해주는 유모들은 많지만 그들은 아이들 자체보다는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내니 맥피는 바로 아이들을 성장시켜주는 유모였다는 점이 나름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그리고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무표정으로 뚱한 듯 하면서도 말없이 아이들의 후방지원을 해주는 늠름한 모습 또한 개성적이었던 영화. ^^  

 

  

 

 

 

 

  

  

 

 피터팬 (Peter Pan) 
 P.J 호건 감독
 2003, 미국  

  

그 유명한 제임스 배리의 <피터팬>. 디즈니의 유명한 애니메이션부터 시작해서 수도없이 영상화 되었던 그 피터팬을, P.J 호건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에 대한 시각을 가미하여 훌륭하게 완성시켰다.
이 영화에서는 피터팬만이 아니라 달링가 삼남매 - 그중에서도 특히 맏이이자 유일한 소녀인 웬디가 부각되어 있다. 어린 아이에서 한단계 성숙해나가는 기점에 서있는 소녀의 미묘한 단계에서, 사랑이나 어른에 대한 소녀다운 호기심과 동경 등이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피터팬을 좋아하는 팅커벨이 웬디에게 묘한 질투심을 불태우는 것도, 웬디가 네버랜드에서 짐짓 어른스럽게 아이들의 엄마 행세를 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며, 그래서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원작보다도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 영화는 후크 선장과 달링씨를 한 배우가 1인 2역으로 연기함으로써 아주 의미심장한 효과를 준다. 웬디는 현실의 아빠와 네버랜드의 후크, 그리고 더 자라고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자신과 달리 영원히 어린아이이기만 한 피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 자랐지만 네버랜드를 떠나지 못하고 유년기의 기억에 갇혀 있는 후크. 현실에 치여 아이들을 이해해주지 못했지만 실은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순수했던 동심과 함께 다시 돌아온 아이들을 품는 달링씨. 피터팬과의 모험은 웬디와 아이들에게 단지 유년시절의 마지막 추억인 게 아니다. 그 기억은 아이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성장의 한 과정이자 그렇게 자라면서도 잊지 않고 꿈을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가게 해줄 수 있는 영원한 네버랜드가 되어주는 것이다. 

 

  소설 피터팬 / 제임스 배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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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초능력을 지녔다!고 하면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슈퍼히어로.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초능력을 지녔지만 그 때문에 배척당하고 소외되거나 쫓기는 이들도 있다. 
<초능력자>의 초인이 그렇다. 영화속에서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는 '초인'은 눈동자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나 어릴 때부터 그 힘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야 했고 그가 그 능력을 썼을 때 그는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내버렸다. 초인은 사람들과 도시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유령처럼 숨어 산다. 은행도 아닌 허름한 전당포나 털고 빌딩 모형과 인사하듯 한손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피규어나 만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외롭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듣지 않는 규남이 그의 존재를 아는 순간 그는 규남을 없애고자 달려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추적해오며 조용히 숨어살던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규남 주변의 소중한 것들도 파괴하려 들며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대며 더욱 규남을 자극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폭주하는 그의 모습이 무섭기 보다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한번도 누군가에게 제대로 인간으로 인정받으며 관계를 맺은 경험이 없는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전에서 규남이 이름을 묻는 순간은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인 한순간이었다.     

 

점퍼 

주인공 데이빗은 안으로는 엄마는 5살 때 집을 나가고 늘 맨정신이 아닌 아버지에게 시달리면서 살고 밖으로는 힘 쓰는 친구들에게 '얼간이'라고 불리며 괴롭힘 당하는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나날을 살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순간이동 능력을 깨달은 순간, 그는 마음껏 능력을 악용하며 산다. <초능력자>의 초인과 달리 데이빗은 과감히 은행을 털고, 능력을 맘껏 이용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모두 손에 넣으며 방탕아로 지내지만... 초능력이 있다고 그의 인생이 마냥 행복하게 풀리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데이빗처럼 순간이동을 하는 '점퍼'들을 사냥하는 '팔라딘'이라는 조직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흥청망청 능력을 써 온 데이빗은 팔라딘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이제사 어릴 때 좋아했던 여자친구도 다시 만나 재미나게 연애사도 펼쳐보려는 참인데, 그는 팔라딘으로부터 목숨의 위협에 쫓기는 신세다. 데이빗은 자신의 목숨과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는 한낱 점퍼일 뿐. 이 초능력자 역시 슈퍼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데이빗은 행복한 왕따이다. <초능력자>의 초인과 달리 그는 자기 의지로 혼자 룰루랄라 멋대로 사는 삶을 택했으며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쓰는 일에 그에게 초능력은 자신의 구질한 삶에서의 구원이었고, 비록 쫓겨다녀야 하긴 하지만 그의 옆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을테니까. 

 

푸시 

이미 시작부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들은 어떤 조직에게 쫓기고 죽임당하고 있다.

 

  

 

 

 

 

 

엑스맨 

유전자 돌연변이로, 또는 인위적인 실험으로 생겨나게 된 초능력자들. 이들 중에는 능력을 숨기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숨길 수 없어 왕따를 당하거나, 그 능력 때문에 정상적인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해 불행하거나, 또는 그 능력을 악용하는 여러 부류의 초능력자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손만 대면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해버리는 로그도 불쌍했지만, 평생 절대 안경을 못벗을 사이클롭스의 능력이 제일 불쌍해 보였지만... 

 

 

 

 

사토라레

이것도 초능력이라면 초능력이겠지... 자신의 마음의 소리가 모두에게 들리는 능력자(?) 사토라레...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다른 영화들의 능력자들과는 달리 속편하게 살고 있고, 오히려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평범한 주위 사람들이 그를 대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살 때가 편했지, 알고 난 다음에는 죽지 않는 한 어떻게 컨트롤 할 방법조차 없는 매우 불행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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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2주

대한민국 대표 미남배우 정우성.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칸과 베니스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려 하는 배우 정우성. 또 한명의 월드스타를 기대하긴 하지만 아직은 좀더 행보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어쨌든 오우삼, 수 차오핑 감독의 <검우강호>의 주연까지 맡은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의 배우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우성은 유독 중국과의 길고 특별한 인연이 많은 배우라는 점이다. 어느새 10년도 훌쩍 넘게 된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중국과 관련이 있는 영화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도 그의 배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말이다. 본격 중국 무협영화까지 무려 주인공으로 섭렵한 기념으로, 이른바 '중국'과 관련된 그의 작품들을 순서대로 모아보았다. 중국 영화에 출연하거나 중국 감독이나 배우와 작업했거나 중국땅에서 촬영을 했거나, 참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을 누벼왔구나~^^

 

상해탄 (1996)
감독: 반문걸
주연: 유덕화, 장국영, 영정

정확한 제목은 <신(新)상해탄>이다. 이 영화는 80년대 주윤발 주연의 인기 TV시리즈인 <상해탄>의 리메이크이다. 혼란스럽던 20세기 초의 상해를 배경으로, 일본군의 징집에서 탈주해 저항세력에서 활동하던 허문강(장국영)과 허드렛일로 가난하게 살다 허문강을 만나 함께 암흑가를 주름잡게 되는 정력(유덕화), 그리고 상해의 암흑가 보스 풍정요의 딸 정정(영정) 이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 배신이라는 전형적인 느와르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세 인물 모두를 주인공으로 각각의 시점을 동시에 부각시켰고, 그 때문에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고 산만하다. 하지만 '90년대 홍콩 느와르잖아'라는 관대한 마인드로 언제 봐도 잘생긴 유덕화와 장국영이 연기대결을 펼치는 서로 다른 매력에 빠져 본다면, 뭐 넘겨 줄 수 있다...-_-;;
이 영화에 '특별출연'한 정우성은 허문강이 조직을 배신했다고 오해하고 그를 처단하러 찾아온 저항세력의 동료로, 중반쯤에 느닷없이 잠깐 얼굴을 비춘 후 후반에야 제대로 등장한다. 분량도 적은데 목소리까지 더빙되어 '정우성이다!!' 라는 느낌은 확 죽어버렸지만, 더빙으로 대사 연기가 소화되지 않았으면 훨씬 어설퍼보였을지도 모른다. 당시엔 아직 한국어 연기도 어색했던 초창기 시절이었으니까. 게다가 이 영화가 주인공 세 명만 다루기도 헉헉대기 때문에 정우성은 후반부와 결말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설명이 굉장히 부족하다. 비주얼이야 말할 것도 없이 참으로 훌륭하고, 자신까지 희생하며 우정을 위한 총격전까지 선보이지만 개연성이 부족해 비장미가 반감된다. 이래저래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래도 뭐 아직 신인인데 벌써 중국에 눈도장을 받은 것만으로도 아시아 스타의 기운은 충만한 스타트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무사 (2001)
감독: 김성수
주연: 정우성, 주진모, 안성기, 장쯔이

<비트> <태양은 없다> 등으로 반항적인 눈빛의 터프가이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정우성. 그 이미지를 계속 이어 이번에는 장대한 액션 사극을 위해 중국의 광활한 대륙으로 날아갔다. 제작기간 5년, 총 제작비 70억, 총 스탭 인원 300명, 5개월 동안 중국대륙 10,000km 횡단의 올 로케 촬영의 대작 <무사>.
그는 고려시대에서도 여전히 말없이 반항기 가득한 눈빛을 쏘아대며 고독하게 사막바람에 긴머리 나부끼며 창을 휘두르는 터프가이로 등장한다. 물론 그 터프가이의 내면에 고독함의 정서를 가득 채우려면 그의 처지는 서러워야 한다. 안그래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첩자로 몰리고 사막에 고립되어 버린 불우한 고려무사들의 이야기인데, 그의 처지는 한술 더 떠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 노비 신세다. 그의 주인이 죽기 전에 자유민으로 풀어주었으나 그래봤자 사람들이 갑자기 똑같이 대해주지도 않거니와 터프가이 역시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기 보다는 마이 웨이를 걸으니 더욱 눈엣가시로 서러움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히로인인 명나라의 공주는 묵묵히 자기를 지켜주는 이 노비출신 무사에게 반하니까.
공주와의 애매한 로맨스 아닌 로맨스와 이로 인한 장군과의 심화된 갈등은 긴장감을 높이거나 흥미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짜증을 유발하긴 했지만, 재미없는 캐릭터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대한 대륙에서 긴 창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성큼성큼 뛰어다니는 정우성의 모습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땅에선 만들 수 없는 거대 스케일, 공들인 액션과 전투씬, 감동 코드 좋아하는 한국인의 최루포인트를 대놓고 노린 클라이막스, 그리고 최고의 배우들(인기남 정우성, 주진모와 그를 뒷받침할 국민배우 안성기, <와호장룡>으로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장쯔이)까지 갖추고도 답답하고 지루한 스토리로 관객의 호응은 뜨듯미지근했지만... <무사>는 이후 정우성과 '무협' 계열 영화의 인연을 지속시키는 연결고리를 만든 첫번째 작품이었다.  

  

 

데이지 (2006)
감독: 유위강
주연: 정우성, 이성재, 전지현

<무사> 이후 정우성은 그를 톱스타로 만들어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한다. <똥개>라는 이미 제목만으로도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극단적으로 망가진 모습을 불사하고 나더니 슬슬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겉으론 여전히 무뚝뚝한 남자의 모습이라도 그 내면은 더이상 반항과 고독이 아닌 멜로의 향기가... 대표적으로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한 시기 그의 변화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자, <무간도>시리즈로 홍콩 느와르를 부활시킨 유위강 감독에 스타 전지현과 연기파 이성재가 함께 캐스팅된 화제의 대작이 <데이지>이다. 유명한 홍콩 감독, 한국 배우가 모인 대 프로젝트의 배경으론 아시아도 시시하다, 이국적 분위기 물씬 나는 네덜란드 100% 올로케.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여자와 비밀경찰, 그리고 킬러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액션이 가미된 멜로라는 설정에 네덜란드까지 날라갔으니 솔직히 이 영화는 작정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을 셈이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20세기 보다 업그레이드 된 영상미와 탄탄한 스토리에 감성넘치는 비장미를 담아 걸작 느와르를 만들어낸 유위강 감독이지만, <데이지>는 화려하고 분위기 한껏 잡는 외관에 비해 내실은 실망스러운 "빛좋은 개살구"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정우성도 다시 '멋진 모습'밖에 못보이던 시절로 살짝 돌아간 느낌이었다.  

  

 

중천 (2006)
감독: 조동오
주연: 정우성, 김태희

<무사> 이후 오랜만에 다시 무협 분위기의 액션 시대물의 세계로 돌아온 정우성. 몇년이나 흘렀는데도 도포에 긴머리 휘날리는 사나이를 본 순간 바로 <무사> 때 모습이 오버랩되며 식상한 느낌이 들었던 건 왜일까... ㅋㅋ
총 제작비 130억, 편의점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중국 소도시 헝디엔에서 6개월간 올로케 촬영.(이곳은 <무사>를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업그레이드된 건 제작비만은 아니다. 일단 이 영화는 통일신라 시대라는 애매모호한 사극의 틀을 가지고 있으나 이 영화의 장르는 엄밀히 판타지 액션 멜로물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주요한 배경은 결국 '중천'이라는 판타지 세계이므로 현란한 CG가 덧입혀져 <무사>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다. 또한 '무사'라는 설정과 외모는 비슷하지만 이번에 정우성이 맡은 '이곽'이라는 인물은 훨씬 감성적인 캐릭터이다. 이제 정우성은 한 여자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로맨틱함도 지닐 줄 아는 업그레이드 터프가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자 그녀를 찾아 이승도 미련없이 등지고, 재회한 그녀가 자기를 기억조차 못해도 한결같이 사랑하며 지켜주는 뚝심의 멜로사나이 이곽. 하지만 그 일편단심에 감동하고 싶어도 그 사랑을 받아주는 상대가 너무 뻣뻣해서 절절한 커플에의 몰입도가 뚝 떨이진다. 차라리 옴니버스 영화 <새드무비>에서 임수정과 잠깐 눈물 짜는 멜로 에피소드를 보여준 게 더 와닿을 정도. 스토리도 진부하고 허술한데다 축축 처지기까지 하고, 그나마 눈길 사로잡아야 할 '판타지'와 '액션'조차 CG는 쏟아붓고 있지만 그다지 개성이 없어서 중국무협물 짝퉁같은 느낌만 든다. 이 영화에 관해서는 <무사>의 조감독이었던 조동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흥행 성공의 역사가 없는 장르에다 과거 생고생 했던 타지에서 또 와이어 달고 고생해야 할 것도 마다하지 않은 의리파 정우성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감독: 김지운
주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영화팬이라면 서부극에의 향수나 동경을 느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부극의 하면 오리지날은 미국이지만 이 재밌는 걸 미국만 하란 법 있나. 이탈리아엔 마카로니 웨스턴이 있고 심지어 섬나라 일본까지 스키야키 웨스턴이라는 변종 웨스턴을 만들었다. 
한국도 김치 웨스턴을 만들자! 근데 한국의 어디서 서부극을 찍지? 아무리 생각해도 서부극의 묘미인 메마른 바람이 부는 사막은 없고,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판타지적인 가상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 아니, 비록 한국땅은 아니지만 주요 활동무대인 곳이 있었다. 바로 만주!! 구한말~일제시대 쯤의 배경이라면 한국과 중국 모두 격동의 혼란기이니 황량하고 스산한 무법천지의 시대 배경도 딱이요, 총 들고 말 타고 카우보이 행색으로 뛰어다닌다고 해도 어색할 것 없다! 만주의 카우보이가 된 정우성!
자꾸 제작비 얘기가 나오니 좀 그렇지만 일단 정우성이 중국을 갔다 하면 다 대작인지라... 게다가 갈 때마다 전작의 스케일을 능가하는 데다 항상 초호화 캐스팅의 대작이다. 제작비 170억에 중국 둔황 로케이션. 이러다 거의 중국에서만 살게 되겠다. 일본군이 남긴 정체불명의 지도를 놓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열차털이범 '이상한 놈'과 냉혹한 약탈자 '나쁜 놈', 그리고 현상금 사냥꾼인 '좋은 놈'과 기타 일본군, 마적단까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세 놈들을 살펴보면 뭐 원체 개성의 대명사인 독보적 존재 송강호님도 그렇고 다크서클까지 칠하며 외모는 물론 첫 악역이미지까지 변신해 완전히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 이병헌...에 비해 좋은놈 정우성은 참 얌전하다. 밋밋할 수도 있는데, 그 밋밋함을 압도하는 것은 바로 이젠 관록까지 쌓인 그의 멋진 비주얼. 한국인에게 이렇게 웨스턴이 어울리는 배우가 있었던가. 달리는 말 위에서 장총을 연사하는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충분했다... <놈놈놈>은 정말 영화는 기존의 정우성의 이미지와 스타성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잘 써먹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호우시절 (2009)
감독: 허진호
주연: 정우성, 고원원

시인 두보의 도시, 아름다운 청두로 날아간 정우성. 이번엔 뜻밖에도 중국에 출장을 간 정말 평범한 30대 회사원이자 잔잔하게 옛사랑의 향수를 물씬 이끌어내는 대륙의 로맨틱 가이가 되었다. 
중국 출장을 온 첫날, 동하는 두보초당에서 우연히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던 미국 유학시절의 옛친구 메이를 만난다.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 그리고 영어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대화는 묘하게 낯설면서도 신기하게 어울렸다. 이들이 함께 거니는 대나무 숲이나 유유자적 삼삼오오 짝을 이뤄 춤을 즐기던 거리 등의 배경이 조금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익숙한 일상의 느낌이 났던 것처럼. 두 사람은 함께 옛 추억을 더듬지만 같은 추억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둘은 점점 더 예전의 좋았던 시절로 흠뻑 빠져들어 간다. 하지만 감정이 넘쳐흐르던 순간, 지금 그들이 서로 다르게 걸어온 현실이 감정의 물결 위로 드러난다. 시를 쓰던 동하는 건설 중장비 회사를 다니는 아저씨(?)가 되어있고 여전히 청초하고 고와보이는 메이는 결혼과 그 후에 겪은 아픔을 끌어안고 있다. 아련한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센티멘털함에 사로잡힌다 한들 더이상 현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인연이 때마침 좋은 비를 만나 다시 좋은 시절로 바뀔 수도 있는 것. 뭐 포스터에서도 유난히 싱그러운 저 초록빛 녹음같은 이미지의 예쁜, 하지만 허진호 영화답게 비현실의 낭만만 가득한 멜로는 아닌, 그런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그냥 과거의 풋풋함과 현재의 성숙함을 고루 보여주는 정우성과 고원원 커플이 굉장히 잘어울려서 보기 좋았던 영화.  

  

 

검우강호 (2010)
감독: 오우삼, 수 차오핑
주연: 정우성, 양자경, 서희원, 여문락

<상해탄>으로 중국영화에 첫출연한 이래 14년이 흘러... 홍콩영화 전성기 시절 느와르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무협영화에서, 이젠 특별출연이 아닌 주연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중국어도 직접 소화하며 더빙당하던 시절에 안녕을 고하고~ 게다가 감독은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된 오우삼!(과 수 차오핑..) 마침 2010년에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오우삼 감독이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그 해의 신작에서 한국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 웬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실은 이전의 <적벽>때부터 러브콜을 보냈지만 <놈놈놈> 촬영 때문에 출연이 늦어진 거라지만. <적벽>이 훨씬 블록버스터급 대작이긴 하지만 오히려 <검우강호>쪽에 출연한 것이 더 행운이었던 것 같다. 우선, '우리도 대단한 거 만든다!?'라고 외치는 듯한 중국식 물량공세가 두드러진 블록버스터보다는 오랜만에 옛 정통 무협물의 정취를 살린 이 작품 쪽에 좀더 정이 가고, 또 그렇기에 오우삼이 정우성에게 반한 이유라는 "멜로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눈빛"도 더 잘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무공을 얻게 해주는 라마의 유해를 둘러싸고 이를 노리는 검객들, 주인공들은 실력을 감추고 조용히 숨어있는 고수, 하지만 원수와 사랑에 빠지는 기구한 운명이라는 큰 줄기는 참 간결하고도 익숙하다. 오히려 외신들의 "동양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느낌이 와닿는 비유가 아니다. 오랜만에 거창한 대작이 아니라 어긋난 운명에도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며 지키려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좋고 거기에 곁들여진 유려한 액션도 극의 분위기를 요란하게 해치기 보다는 잘 어우러져 좋은 영화. 아무래도 무협의 관록도 있는지라 정우성보다는 양자경이 더 멋지긴 하지만.



오우삼 감독은 차기작에도 정우성과 함께하겠다니, 앞으로도 정우성은 더욱 본격적으로 중국을 누비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참으로 차근차근히 스텝 바이 스텝 발전해 온 배우 정우성. 앞으로는 어떤 영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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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 방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조금 애매. 너무 코미디를 기대하지 않으면 대체로 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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