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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평점 : 
https://blog.naver.com/1031girl/221274955469
"추사 김정희와 유홍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예가와 미술평론가"
누구나 알듯이 나도 그들을 안다. 훌륭한 두 인물의 조합은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만드는 법이다. 두꺼운 이 책을 기꺼이 읽고 싶어졌다.
책을 펼치기 전 추사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단한 서예가인 것은 알겠는데 정작 그의 글씨는 몰랐다. 글씨로 역사적 위인이 된 만큼 그의 글씨는 근엄하고 한치의 오차없는 궁서체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장 첫페이지를 펼친 순간 깨달았다. 내가 추사에 대해 지레 짐작한 이미지는 완전히 틀렸음을. 동시에 사실 저것이 그리 대단한 글씨인가 싶기도 했다. 장난스러워 보이는 습작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다. 이러한 나의 안목도 유홍준 교수님을 따라가다 보면 더 깊어질 거라 생각했기에 오히려 기대감이 올라갔다. 추사의 생애를 찬찬히 따라가되 굴곡에 따라 장을 나누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페이지마다 수많은 인물과 사료를 접한다. 선명한 사진 자료들도 곳곳에 있어 글의 설명이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일이 없다. 나는 특히 추사에 대한 동시대(또는 가까운 시대의 후손) 인물의 평가와 추사의 타인에 대한 평가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속마음을 듣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읽었다. 서사적이라 읽기 어렵지는 않지만 세세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 물론 요약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하자면 추사는 서예 뿐만 아니라 시,문장, 회화, 금석학,고증학,지리학,불심에서도 뛰어나다는 점, 조선과 청나라 간 뜨거운 교유가 있었다는 점, 두번의 귀양살이를 겪었다는 사실 정도다. 그래도 왜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고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여러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그를 이해하기가 싶지 않을 터.
많은 이야기들이 신기루 같아도 이 두 가지만은 뜨겁게 남아있다.
"추사의 열정과 그를 쫓은 저자의 열정.
추사의 천재성이나 훌륭한 업적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가능케한 힘 그리고 그런 추사를 치밀하게 따라가며 정리해낸 저자의 끈기와 나는 마주할 수 있었다. 분야에 상관없이 혼을 담아 경지를 뛰어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경건하다. 그들과 무관한 나의 삶에도 의지를 불어 넣어주고 또 새로운 호기심을 유발한다. 나는 전혀 관심 없던 조선의 위인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추사를 서예가로만 아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화가로만 아는 것만큼
무지하고 단편적임을 깨달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가 많다. 그리고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부연설명이 없을 때가 있다. 연경은 '오늘날의 베이징에 해당함' 이정도는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모든 독자들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웠겠지만 보통의 독자들에게 보다 친절한 책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이러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열정을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
한 인간의 일생을 따라가며 다른 삶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
교양 쌓는 기쁨을 느끼고 싶은 사람.
조선을 폄하하는 생각을 지닌 사람.
책 한권으로 뿌듯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평생 동안 공부를 쉬지 않으며 다방면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아갔던 뜨거운 추사의 삶을 몰래 엿보다보면, 가슴 한 편에 숨어있던 열정이 어느 순간 다시 피어나지 않을까. 추사와 유홍준의 열정을 담기엔 이 책도 너무 가볍다.
이 책에 나온 추사의 글씨(조각이지만) 중 내 마음에 가장 드는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