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친구들이 그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나 역시 그랬다.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해서 모든 것에 더욱 매달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 모든 것을 탓하고 세상을 미워하면서 자학과 파괴와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모든 이의 성장기에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자기 분열이고 열정과 치기의 폭발이었을 텐데. 그때는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크고 무겁게 덜 자란 육체와 정신을 짓눌렀다.
이성이 감정을 통제하는 어른이 된 지금은, 내 딸의 감정적인 혼란과 비틀거림을 용납할수 없어 짜증스러운 것만큼이나 나는 당시의 내가 낯설고 멋쩍다. 질서 정연하지 않고 안정감이 없는 것이 오히려 버거워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나왔던 것처럼,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처럼 내 딸 역시, 아니 이 땅의 모든 여고생들이 성장기란 어두운 터널 속을, 그 감정의 도가니 속을, 그리고 언젠가는 기억에서 멀어져 갈 현재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먼 훗날, 문득문득 현재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온 과거와 맞닥뜨리고는 떨어졌을 뿐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기억을 새삼 되돌아보면서 그 낯선 이질감에 당황하지 않을까. -김난주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에쿠니가오리 소설 마지막에 번역한 김난주님의 역자 후기 읽는걸 더 좋아합니다.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가오리의 소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리커버판으로 출간됐어요.
열일곱 여고생들의 섬세한 이야기.
내 학창시절 기억들이 소환되고, 그때 노래가 그리워 찾아 듣고,
몇개 안되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때가 '좋은 시절'이라는걸 몰랐던 그때로
책을 읽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그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네요.
그 긴 터널을 나오고 보니, 참 별거 아닌일에 무척이나 심각했구나,
허무하기도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감정소모를 내딸은 안했으면 하지만,
내딸도 지금 그 터널을 지나오고 있으니, 옆에서 묵묵히 지켜 보는 수 밖에요.
친한친구같은 엄마가되어
손잡고 함께 지나오고 싶은 바램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