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섬으로 가다>
김선미 지음.
나미북스
저자 김선미는 울 안에 밤나무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자란 분이다.
남이섬에 대해 별 관심도 없던 저자가 남이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
제주도에서 간첩으로 몰리면서까지 제주의 속살들을 사진찍던 예술가, 사진만을 찍다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김영갑'님이
제주도 외에 유일하게 사진 촬영을 했던 곳이 '남이섬'이란 이유만으로 저자는 남이섬에 끌렸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가게 된 저자의 남이섬.
저자는 2016년 2월, 입춘무렵부터 2017년 1월, 대한무렵까지의 남이섬을 방문해서, 남이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저자가 1년이란 기간동안, 한달에 며칠씩, 열 두번에 걸쳐, 남이섬에서 잠도 자고, 새벽길을 산책도 하며,
관찰하고 느끼고 배운 점을 책으로 펴냈다.
누구에게나 들려주지만 아무나 알아듣지는 못하는 남이섬 , 나무의 이야기들,
겨울부터 봄을 지나 여름을 거치고 가을 그리고 또 겨울까지의 나무들의 속삭임들을 어떻게 포착하고,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나는 충실한 독자가 되어 책 속으로 들어가본다.
남이섬의 인문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산정약용을 불러오며 시작한다.
남이장군과도 관계있는 이름이니, 남이장군과 다산의 합일점을 찾아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게다.
저자가 나무를 잘 모르고 살다가, 나무도감 <식별이 쉬운 나무도감. 이유미>(나도 가지고 있는...) 한 권을 끼고,
남이섬을 구서구석 살피면서 1년 세월을 보낸 후, 처음과 마무리 할 때의 그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걸 이야기한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그 나무의 이름을 알게되고, 불러 줄 수 있게되고, 그 특징을 알게되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독자인 나 역시 책을 읽기 시작할 때와 책장을 덮을 때의 모습이 달라지기를, 남이섬에 또 가고 싶어지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남이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해가 내리찌고, 비가 내리고,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린다,
겨울이면 강물이 꽁꽁얼어 속으로만 흐르고, 봄이 다가오면 그 얼음 쩡쩡 울며 녹아흐른다.
북한강이 흐르는 가평의 섬, 남이섬.
나의 두 아이, 어렸을 적, 강원도로 여름휴가 갔다가 집 오는 길에 (지치지도 않고),
굳이 꼭 가봐야한다고 우기며 오후 늦게 배를 타고 들어갔던 기억을 되살려본다.
그 때도 이미 <겨울연가> 촬영지로 인기 절정인던 때였고, 메타세콰이어길의 아름다움이 특히 기억이 난다.
저자가 계절이야기, 땅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무 이야기를 펼쳐낸다.
무슨 나무인지 궁금해하면서 도감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저자.
튤립나무부터 도감을 뒤적거리며 찾는 그 두근두근한 마음을 나도 같이 느껴본다
열매의 생김새만으로도 튤립을 연상해서 짐작해서 도감 색인을 찾아보고,
나무 이름을 대번에 찾아냈을 때의 기쁘고 어리둥절한 마음이 이해가 되고,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봄을 알리는 샛노란 꽃, 복수초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풀어내는 이야기에 내가 보았던 복수초를 살며시 떠올려본다.
봄이 되면 꽃을 먼저 내놓는 나무들도 있고, 잎을 먼저 내는 나무도 있다.
꽃을 먼저 내고 잎을 내거나, 잎을 먼저 내고 꽃을 내거나 어쨌든 나무들이 온 힘을 다해서 꽃을 피워 낸다.
물론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도 피고, 가을, 겨울에도 피어난다.
꽃 피우기에 딱 좋은 때를 선택해서 자기 존재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 역시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연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본대로, 느낀대로 기록하고, 남긴 사람이 책을 쓸 수도 있는 것이리라,
저자자 꼼꼼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남이섬의 모든 나무 그리고 모든 생명체들 관한 이야기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잘 읽을 수 있게 해놓았다.
튤립나무 소나무 산수유와 히어리, 벚꽃 목련 칠엽수 층층나무 산딸나무와 백당나무 쪽동백나무와 일본목련과 중국굴피나무
가죽나무 찰피나무 모감주나무 자귀나무 능소화 측백나무 까마귀밥나무 참빗살나무 참나무 계수나무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구상나무 주목 개비자.
책의 뒷부분에는 도감처럼 남이섬에서 만난 모든 나무를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지면 찾아보기 좋다.
저자는 봄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남이섬에서 맹골수도 찬 바닷물 속에서 목숨을 빼앗긴 4월의 봄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프다.
저자가 남이섬까지 가서 만나게된 사람과 풀과 나무와 물 그리고 하늘까지, 스윽 지나쳐가지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주어서 나도 독자로서 이런 멋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입춘이 지나고나니 봄이 성큼, 가깝다.
여전히 추운 날씨이지만 봄은 봄이다.
밖으로 나가 나무마다 겨울눈에서 어떤 새싹이 봄을 밀고 올라오며 감동을 전할지,
그순간을 기다려야겠다.
특별히 이번 봄에는 가평의 남이섬에 한 번 찾아가서 그 나무들과 그 풀들과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싶다.
고맙습니다.
저는 네이버 카페<북뉴스>를 통해 <나미북스>가 전해주신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