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크라테스, 붓다를 만나다>
해리슨 J. 펨버턴 지음.
추미란 옮김.
불광출판사
저자해리슨 J. 펨버턴은 미국 예일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50년 넘게 서양철학을 가르친 교수입니다.
예일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관심사항인 플라톤을 깊이 연구했어요.
2차세계대전 후 일본 주둔 미군 기지에서 경험 이후에 동양사상에도 관심을 가져왔어요.
퇴임을 앞두고 미국 버지니아주의 '깨달음의 길을 위한 불교 센터'에서
2불교에 관심 많은 제자 에릭과 20년만에 만나게 되고,
센터를 설립한 티벳불교지도자인 '샤마르 린포체'와도 대화를 나누며
인도에 가서 티벳스님들에게 서양철학을 강의 해달라는 제안을 받게되어요.

겉표지를 벗기면 이런 말이 들어 있어요.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 해야 하는 의무를 믿는 것이,
모르는 것을 알아낼 가능성조차없고
따라서 질문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낫게하고 더 용감하게 하고 덜 무력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가능한 한, 말과 행동으로써 끝까지 싸워서라도 지키고자 결심한 점이다.
- 소크라테스
오, 스님들이여!
현명한 사람은 나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금을 녹이고 자르고 다듬는 금세공자처럼 철저하게 조사한 후 받아들인다.
- 붓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겔룩파의 달라이라마와 함께
티벳 불교 전통의 한 축을 이루어온 카르마 카규파의 최고 스승인 트린리 타예 도르제외와
여러 스님들에게 서양철학을 가르치는 과정과 결과를 진솔하고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영묘한 환경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친절한 린포체의 배려로 히말라야 칸첸중가(해발 8598m)의 멋진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이 서양청학자는 칼림퐁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주 5일, 5주간 수업을 하게 됩니다.
서양철학과 동양의 불교의 차이점과 같은점을 찾아 보는 것을 주로 연구하고 토론하며 수업하게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전통 서양철학은 엄정한 이성에 바탕을 두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지적인 명료함을 얻으려고 한다고 하면
전통 동양 사상은 적절한 수행과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시간의 성질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데요.
서구에서는 직선적인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반면,
불교도들은 순환적인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수업의 첫부분에서는 스님들께 이런 퀴즈를 냅니다.
"똑 같은 길이의 성냥개비 6개로 모든 변이 그 성냥개비의 길이와 똑같은
정삼각형 네 개를 만들어라." 라고 퀴즈로 냅니다.

제가 풀어봤습니다.ㅎㅎ
플라톤의 아카데미 입구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마라." 라는 글귀가 붙어있는데요.
이 철학자 해리슨 J. 펨버턴은 기하학을 모르는 스님들에게 플라톤을 가르쳐야 되는 것이에요.
좌절 했어요.ㅎㅎ
수업은 이렇제목으로 진행이 됩니다.
1. 덕은 가르칠 수 있나?
2,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하는가?
3. 과학은 방해꾼인가
4. 경험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5. 시간이란 무엇인가
6. 동서양은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하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불교의 단어들 명상, 침묵 등이 등장하고요.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가 제자들을 위해서 가르침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깨달음과 동시에 자비심을 느끼기 때문에 중생을 제도하는 사명을 따르기 시작 한다는 것이지요.
다르마에 대해서도 나오는데요.
궁극적인 지혜로 가게 하는 방법이라고 해요. 목적지가 아니라 그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순수한 마음 그 끝으로 향하게 하는 수단 이라고요.
서양의 철학자들이 총출동 합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존 로크. 키에르케고르.
프리드리히 니체.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간략히 이름과 주요 사상을 언급했어요.
불교에서는 몸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아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새로운 몸을 받으면서 윤회 한다고 하지요.
명상수행을 성공적으로 충분히 했다면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바르도(티벳어- 중음. 중간계)라는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아요.
티벳 불교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예를 들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죽음에 임했을 때 서양철학관점에서는 순수지성이라고 말을 하고
동양의 불교견해로 보면 붓다의 마음이 되었다라고 말을 한다고 합니다.
서양 세상은 여전히 신성이든 인간이든 개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회적으로도 인간의 개인성과 정치적 권리와 교육과 안녕과 개인적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도 은하계부터 쿼크 (양성자 중성자 와 같은 소립자를 구성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기본적인 입자)까지의
개체들에 집중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 줬어요.
죽음이라는 공통분모가 주어졌을때 불교가 죽음을 보는 시각과 서양의 주류가 죽음을 보는 시각은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요.
이 책은 작가의 후기가 인상적입니다.
후기에는 보통 서양 사람들의 이름에 많이 쓰이는 존 스미스가 나옵니다.
존 스미스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과학기술로 동서양이 이미 만났다고 하면서,
동서양의 정신은 합병이 되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합리적인 명료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서양 사상과
깨달음이 정점인 불교, 이 두 가지가 서로 합병 된 것은 없어요.
여전히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언제, 어느 지점에서 만나서 큰 웃음을 터트리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군요.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은 만나면 큰 웃음을 터트리게 되어있다고 하면서요.
이 책은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이지만 안에 실려 있는 내용은 한 수레가득만큼입니다.
제가 힘들어 끌지 못해서, 깨달은 소가 끌어주어야할 만큼이나요. ㅎㅎ
서양철학과 동양의 불교가 잘 조화를 이루고 만나면 좋겠어요.
(그런데 서양의 철학과 불교가 꼭 만나기가 쉽지는 않아보여요.
철학은 철학이고 불교는 이미 믿음으로 지켜가는 종교인데...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