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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나는 40년 쯤된 셀프불교신자이다. 책을 읽고 한 걸음 걷는다. 향을 피우고 물을 마신다. 어릴 때부터 이런 저런 법문을 얻어듣는다. 어릴 때 가끔 108배를 하고 평생 3000배를 두 번했다, 조계사에서 남들 할 때 덩달아.
이 책은 마음수행과 깨어있음에 목마른 분에게 샘물이 되기 위해 세상에 나온 듯하다. <깨어있음>이란 제목만으로는 불교적인 느낌 뭉클이다. 하지만 저자와 번역가와 내용을 접하면 탁 깨진다. 크리스마스에 절 앞에 켜진 불과 부처님오신날의 성당 앞 축하메세지가 생각나며 우리나라 가톨릭계와 불교계의 오랜 우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불교서적을 총괄하는 불광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미국 출신인 현직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님이다. 가톨릭과 불교, 두 종교의 영적인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데 관심을 기울여왔고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다. 번역하신 분은 우리나라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박문성신부님이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인도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해왔다. 15년에 걸쳐서 <산스크리트어 통사론>을 번역했고 타 종교의 언어를 이해함을써 서로의 진리를 평화롭게 나눌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2022년 1월 22일에 틱낫한스님이 베트남에서 입적하셨다. 세상의 살아있는 성인이라고 불리던 분이시고 우리나라에도 방문하셨다. 저자는 2004년 틱낫한녹야원 사원에서 침묵과 독송, 마음을 기울인 식사를 했다. 침묵을 지키는 불교의 영성생활이 가톨릭신자이며 도미니코회 수도자인 저자가 실행하는 영성생활과 공통점이 많다는 걸 깨닫고 감사한다. 이 책에서 틱낫한스님은 태이로 등장하며 깨어있음, 마음챙김 등의 불교전통과 가톨릭의 침묵수행등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다.
700년 전 독일 출신 가톨릭 신비주의 영성 대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은 어떤 걸까. 세례성사에서 시작하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여정은 항상 존재하는 하느님의 모상이 있는 깊은 층까지 파내려가는 느린 과정이라고 한다. p169 내 안에 사는 그리스도를 인식하고 참된 나를 찾는 과정에서 은총과 수련을 통해 눈이 서서히 밝아진다. 700
년 전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은 고통의 사막을 회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삶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p377 자신의 고통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는데 도움이 되는 ‘온화한 거울’역할을 했다. 스승인 예수 안에서,예수를 통해, 예수와 함께 자기에게 발생하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기 그림자와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만나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을 알게된다.
불교적인 가르침과 가톨릭적인 가르침이 만나는 지점의 말씀을 들어본다. 물결은 물의 참된 고향이고, 물이 아버지이며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하느님께 깊숙이 녹아들어 가 사는 법을 배운다. 에크하르트는 "모든 것은 오직 하느님이 된다."라고 한다. 살아있는 그리스도 또는 살아있는 붓다가 당신의 (나의) 고향이다. 고향을 향한 여정에서 지금 이 순간에 한 걸음 걷고 들숨 날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고맙습니다.
저는 네이버카페<북뉴스>를 통해 <불광출판사>가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