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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평점 :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티센 베리 지음
김보은 이유림 옮김
윤정원 감수
한 문화
<은밀하고 뿌리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성 편견으로 진료실에서도 차별받는 여성의 아플 권리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지은이인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과 <도서관 저널>에서 2018년 최고의 도서에 선정되었고 2019년 미네소타 북어워드에서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아팠을 때 병원에서 이야기 하면 진료하는 의사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처방도 달라지고 따라서 치료도 늦어져서 오랫동안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다. 환자로서의 여성만 차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인인 의사들이 차별받고 임금도 차별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몇년 전에 명문의대에서 벌어졌던 성차별 사건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반에 용모가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이야기도 잘 하는 아주 다정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가끔 많이 아프고 슬퍼하고 울곤했다. 많이 아파서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양호실에서 누워 있고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서로 일상이 바쁘니 연락이 안 되고 만날 수도 없었다. 그 친구는 몇 년 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는데 우리 동네 초등학교에 부임을 했다. 지금 바쁜 것처럼, 그때도 나는 바쁘게 살았는지 그 친구를 만날 기회는 없었고, 어느 날 혼자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서 친구의 빈소에 가서 영면하기를 기원했는데 그때가 벌써 30년도 더 됐다. 그때 그 친구는 병원에 다녔다고 했는데 의사가 그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친구는 항상 아프다고 했고, 몸의 병이라기보다 마음의 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들의 히스테리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남성에게는 없는 월경이나 임신, 출산이 여성의 건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몸에 나타나는 똑같은 증상이라도 응급실에서 남성은 심장마비라고 진단 받고, 여성은 스트레스라고 진단받는 경우도 많았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인데, 그동안 여성들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여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세심하게 살피기 때문에 건강염려증 환자로 비춰진다. 섬유근육통, 만성통증증후군, 우울증, 불안장애등등의 병 때문에 의사들에게 고통을 호소해도 신속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류머티즘같은 병일 때도 남성은 진단에 여성보다 더 빠르게 진단을 받는다.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여성환자는 평균 다섯번째의 의사에게서 진단을 받는다고하니 그 사이 네 명의 의사는 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가. 여성의사가 병원에서 동료남성의사에게 호소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많이 갑갑해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최근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있는 젠더 편견의 매력을 드러낸다. 책은 과감한 의료 개혁과 임상적 개선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펼친다. 저자는 의학계에 만연한 성적 편견에 대해 밝히며, 21세기에 여성들과 의료인들에게 의료 형평성을 위해 이의를 제기할 것을 촉구한다. 여성 건강에 대한 지식 자체가 남성에 대한 지식과의 차이점이 있음을 인지한 지 얼마 되지가 않았다. 저자는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신속정확한 진료와 진단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평생 수명을 다할 때까지 즐겁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