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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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난민을 싣고 가던 배가 뒤집혀 배에 탔던 아이가 바닷가에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진 기사가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정치적 혼란으로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들을 유럽의 나라들은 수용과 배척으로 대립하며 시끄러웠던 때다.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이주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폭력과 질병에 대한 불안감, 외래문화로 고유문화가 위협받고 밀려난다는 두려움 때문에 말이다.

이런 난민 문제로 진통을 겪던 2015년 아이디어를 얻어 집필하게 된 책이 있다.

유럽 이주의 역사를 고고 유전학적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주 문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이들에게 주장의 근거로 제공하려는 취지로 썼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고고 유전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하네스 크라우제와 과학 및 정치분야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토마스 트라페의 공동 집필된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은 유전자 분석 결과로 인류의 이주 역사, 이주로 인한 분쟁과 전쟁, 질병의 역사를 담고 있다.

몇 밀리그램의 뼛가루로 뼛조각의 주인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과거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유물에서 채취한 DNA 분석하여 인류의 이동 등 수만 년 전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고고 유전학의 이야기는 놀람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인간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초기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하고 이후 유럽 이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이주 과정을 챕터 별로 지도를 수록해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인간의 이주는 계속되고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이 확산되면서 인간의 생활공간은 좁아지고 분쟁과 전염병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가 관심 깊게 보았던 내용은 질병에 관한 것이다.

신석기시대 이후 인류의 이주와 함께 감염성 질병도 나타났다.

유럽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흑사병. 유전자 분석 결과로 언제 처음 유럽에 전파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6세기 이집트에서 발생하여 퍼졌다고 했는데 유전자 분석 결과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석기시대 유목민의 대이동에서 확산되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던 한센병도 아시아에서 유럽이 아닌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과 매독, 결핵에 대한 그동안의 주장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에 푹 빠져 읽었다.

저자는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3차 유행병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봤다.

이미 세계화에 들어선 인류는 이동과 함께 감염병에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나 현대판 흑사병 등이 이런 유행병 이행기와 연관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인간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무방비 노출되었다가 동등한 신분의 경쟁자가 되었고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우위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 진화가 일으킨 변혁을 믿어 보고 싶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는 수 천년 전 이주의 결과물이고 생존과 생식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를 통한 발전의 성과물이다.

 

유전자 이야기로 보는 인류의 이주 역사에 토착민이란 없다.

유전자 관점에서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DNA는 유사해지고 있다. 난민의 이주 문제, 인종차별, 우월주의는 인간의 이기심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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