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음공해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오정희 지음, 조원희 그림, 강유정 해설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평점 :
새로운 길벗어린이 작가 앨범 시리즈가 나왔네요.
작가 앨범 시리즈는 주옥같은 단편 문학을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문학 그림책이라 아이에게 꼭 읽어주는 책이에요.
이 그림책도 1993년 발표된 오정희 작가의 단편소설 ‘소음공해’를 볼로냐라가치상 수상 작가 조원희의 그림과 함께 문학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어요.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사람이나 생물이 입는 여러 가지 피해를 소음공해라고 하지요. 생명에는 중대한 위험이 되지는 않지만 소음을 접하는 순간 불쾌감을 느끼게 돼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하는 소음 중 하나로 여러 세대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대적인 문제랍니다.
이 책은 위층의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이웃 간의 갈등을 다룬 그림책이에요.
오정희 소설을 읽는 묘미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우리와 닮은 주인공
주인공은 남편과 고등학교 두 아들을 둔 중년 여성이에요.
심신장애자 시설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그들을 돕는다는 것에 만족하고 클래식을 즐기며 품위와 예절을 지키는 인물이지요.
이날도 자원봉사를 끝내고 집에서 우아하게 커피와 클래식으로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 순간.
드륵드륵드르륵
위층에서 소음이 들립니다.
휴식을 방해받았다는 사실에 신경이 예민해진 주인공은 인터폰으로 소음을 멈춰달라고 요구합니다.
여보세요. 난 날아다니는 나비나 파리가 아니에요.
내 집에서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나요? 해도 너무하시네요.
이틀거리로 전화를 해대시니 저도 피가 마르는 것 같아요.
절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위층의 적반하장 같은 말에 발소리를 죽이는 슬리퍼를 선물함으로써 소리로 고통받는 심정을 표현하고자 슬리퍼를 들고 위층으로 가지요.
우리는 종종 들리는 것, 보이는 것으로 삶의 진실을 파악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이란 언제나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기에 쉽게 충고하거나 조언하거나 친절을 베풀기 어려운 것입니다.
오정희 작가의 반전 마무리가 크게 다가옵니다.
장애자 시설 자원봉사를 하며 품위와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던 주인공이 자신의 이웃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산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 위층의 소음 원인을 보고 얼마나 자신이 부끄러웠을까요.
물론 저는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갔어요.
아마도 위층에 몸이 불편한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좀 더 위층을 배려했겠죠.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나의 기준으로 멋대로 남을 판단하고 상대방의 사정은 생각해보지 않고 비판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소음공해’는 이웃에 무관심한 소통 부재의 현대인 생활을 비판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알려주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