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들에게 농담조로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결혼하고 귀촌을 하니 물욕이 없어졌다고.

서울에서 살 때는 백화점이고 옷매장이고 경쟁하듯 다녔는데

요즘 아줌마들과 티타임 가지는데 명품이 무슨 필요냐고.

그런 것에 초월하면서 산다고 말이죠.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백화점이 없다고 해서 나의 물욕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단지 남편과 아이가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려 났을 뿐 나의 물욕은 내 마음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어요.

 

40대 화려한 싱글, 좋아하는 것은 음식과 여행.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

잘 어울리는 색은 온갖 화려한 원색.

최근의 소망은 트롬 스타일러를 사는 것이라는 저자.

장녀와 막내사이에 끼어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 둘째의 운명.

그래서 두 손 높이 쳐들고 펄쩍 펄쩍 뛰며 어떻게든 내 것을 잡아채야 했고, 다시 빼앗기기 전에 입에 와구 와구 넣고 꿀꺽 삼켜야 했다는 저자의 글에 살면서 둘째라서 서러웠던 일들이 생각나며 완전 폭풍 공감을 했답니다.

이 책은 위트 넘치고 솔직하고 직설적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랄이 돈지랄이라고,

다른 사람이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해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가끔은 필요와 쓸모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내 눈에 아름답고 흐뭇하다는 이유로 쇼핑을 하고 싶다고,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데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며,

소비의 최우선을 자신에게 맞추어 놓는 당당함이 부러웠답니다.

싱글이라 가능한 걸까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분명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소비 형태가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이 요리한다면 좀 더 괜찮은 조리도구를 원할 것이고,

자전거를 자주 탄다면 더 가볍고 튼튼한 소재의 자전거를 원하겠죠.

그리고 우선순위는 영원하지 않다.

오늘의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가슴 떨리고 행복한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다.

 

마구 마구 돈지랄만 할 것 같은 그녀도 나름의 소비 우선순위가 있답니다.

우선순위를 따져가면서 최대한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요.

미니멀과는 먼 생활이지만 물건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나를 위한 지름에 거침없지만 내일이 없다는 듯 써버리지 않는 소신 있는 소비를 하고 있다고 할까요.

20년 동안이나 가계부를 써오고 있다는 말에 놀랍기도 했답니다.

가계부를 써 봐야 나의 하루, 한 달, 일 년, 10년이 보이고 그걸 확인해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소비할지 감 잡을 수 있다는 있다는 말에 항상 쓰고 멈추고를 반복하는 나의 가계부 쓰기를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업데이트는 중요하다.

가끔은 나와 내 주변을 홱 뒤집어 탈탈 털어본다.

문제없나? 더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동안은 별 불평불만 없이 쓴 물건이지만, 공예품이 아닌 이상 분명 구형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차곡차곡 나이를 먹었고 이제 중년이 되었다.

오늘의 나를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해줄, 더 좋은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

그전에 몰랐던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면 너무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시도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 깨달은게 있다면 아마도 업데이트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를 텐데, 지금의 나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을 움켜쥐고 살고 있지 않았나, 불편하지 않다고 물건에 지금의 내가 맞추고 살고 있는건 아닌지 여려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의 주변을 탈탈 털어 수시로 비워내고, 스스로 환기시키는 업데이트 행위가 필요하다 봅니다.

싱글인 저자처럼 우선순위 가장 맨 위를 항상 나로 올려 놓을순 없겠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돈지랄을 해봐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