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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ㅣ 명화의,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5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를 기록한 글임을 밝힙니다.
네이버 문화 구독자 1위 성수영 기자가 쓴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에 이어서 나온 시리즈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화가들의 감추어진 삶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예술도 사람의 일. 한 개인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작품과 화풍, 시대, 나아가 인간 전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서문 중-
이번 책은 저자가 입수 가능한 각국의 자료를 최대한 긁어모은 뒤 이를 재구성해 여러 화가의 삶을 이야기의 형태로 정리하였다.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자연과 추상, 세상을 새롭게 바라본 화가들
part2. 여성과 모성, 그 사이에서 꿈을 쟁취한 화가들
part3.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의 만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화가들
part4. 굴곡진 인생, 그림에서 답을 찾고자 한 화가들
나는 내가 느끼는 삶의 감정을 그대로 색으로 표현했다... 나는 불안을 없애고 정신적 위안이 되는 예술, 일상에 지킨 사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안락의자와 같은 예술, 모두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예술을 그리고 싶다. P21, p23
앙리 마티스는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화가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스물한 살 때, 어릴 때부터 앓던 탈장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 요양하는 동안 어머니에게서 건네 받은 미술 도구 상자를 통해 그는 활기를 얻고 꿈을 가지게 되었다. 마티스의 그림에서 색은 '사물을 보여주는 물감'이 아니라 '삶과 감정을 보여주는 음표'였다고 한다.
우리집 냉장고에 붙여있는 마그넷에서 항상 보는 마티스의 <이카루스>.
처음에는 강렬하고 이상해보이던 그림인데,
추락의 고통 속에서도 별을 향해 손을 뻗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이 나를 빠져들게 만든다.
마지막 단락 성수영 기자님의 갈무리하는 글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은 전작에서 성기자님의 매혹적인 글솜씨에 빠져 다시 찾는다고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소위 글빨(?!)이 장난 아니다. 이야기로 만드는 역량도 탁월하다. 책에 있는 작품들이 작아서 큰 이미지들을 보려고 찾아보다 보면 작가님의 글을 통해 작품들이 새롭게 보여진다.
인상적인 작가들 몇 명을 소개해 보겠다.
수잔 발라동은 가난한 싱글맘 세탁부였던 어머니가 '예술의 성지'인 파리 몽마르트 언덕배기 집으로 이사하여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화가들 옆에서 붓질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발라동은 어머니의 '열정'을 물려 받았는데 서커스단에 입단하여 공중그네를 타던 그녀는 어느 날 발을 헛디뎌 공중에서 추락하고 허리 부상으로 서커스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사고는 발라동을 미술로 발을 들여놓는 운명적인 계기가 된다. 허리를 다치며 누워 있던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림 속의 모델 일을 하던 그녀는 자신이 본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캔버스를 채우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드가'에게 평가를 받는데 드가가 그녀를 화가로 인정하게 되면서 화가로서 발라동의 커리어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발라동은 늘 보이는 그대로 사람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그림 속의 모델들의 모습에서 포장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녀는 남성 누드로 많이 그렸는데 당시에는 이것이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녀는 늘 그랬듯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예술가였던 것이다.
나는 그저 내가 보는 대로 그렸을 뿐이에요. 남자든 여자든,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니까요. P149
발라동은 견습재봉사, 웨이트리스, 주방 보조, 과일 판매원, 화환 만드는 공장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고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녀의 작품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딸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과감히 파리행을 택한 발라동의 어머니의 영향을 받고 발라동 역시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삶을 보면서 새옹지마라는 한자성어가 떠올랐다. 발라동 뿐만 아니라 많은 화가들의 인생에 굴곡이 많고 좌절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 걸작을 창조하게 되는 모습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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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 다음에 나오는 그녀의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모리스 위트릴로는 어릴 적 할머니가 주신 와인에 중독되어 소년 시절 이미 못 말리는 알코올 중독자로 자랐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치료 받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태어나 살던 몽마르트의 허름한 골목의 풍경들을 독창적으로 그렸다.
그가 그린 몽마르트의 풍경에는 품위 있는 고요함과 평화가 깃들어 있다. 위트릴로는 자신이 본 그림과 사진을 마음 속에서 재구성해서 '마음의 고향'을 그렸기에 자신의 정체성이 깃든 작품을 그렸고 그림으로 아픔을 극복해 가며, 비극적인 운명에서 스스로를 구하고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인이 된다.
아르놀트 뵈클린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삶의 저너머를 엿본 화가로 소개되어 있다.
뵈클린에게는 열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여덟 명을 전염병과 고열, 사고 등으로 잃게 된다. 뵈클린은자신의 가슴 속에 묻은 아이들을 평생 그리워하면서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된다. 그는 뇌졸증으로 쓰러지는 일도 겪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죽음을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깨달음은 <죽음의 섬>, <생명의 섬>과 같은 대작을 낳는다.
이 책은 생소한 이름의 화가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품을 보니 그들의 세계관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볼 수 있고, 그들의 삶의 희노애락을 통해 그들도 한 인간으로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면모를 확인하며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수영 기자님 덕분에 베일에 가려졌던 화가들도 알 수 있어서 예술가들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좀더 넓고 깊이 있게 명화를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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