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김서울 지음 / 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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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설부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살고 있어서였을까?


나의 취미는 지하철을 타고 덕수궁, 경복궁 등 궁궐 돌아보기였다.

내가 어릴 적에는 조선총독부 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 앞을 떠억하니 버티고 있어 지금의 광화문에 가면 박물관에 더 오래 머물렀던 것 같은데, 건물이 철거되면서부터였을까? 경복궁이 제 모습을 많이 갖춘 후부터는 고궁박물관과 경복궁, 창덕궁과 후원, 시간이 허락되면 창경궁까지, 그리고 덕수궁과 돌담을 지나 정동 구경까지...고궁방문하는 것이 나의 취미이자 힐링의

시간이고 지금도 그러하다.

궁궐에 가면 항상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궁궐 안에서 소란을 피우면 안 되기에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지는 몰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것들을 보면 뭔가 엄숙해지고 차분해지는 그럼 느낌이 좋았다.

지은이의 표현처럼 다른 차원의 세상, 주변의 공기가 돌연 차분해지는 그 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요즘은 궁궐에 체험학습을 위해서 오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학생 때는 궁궐에서 뭔가 지식적인 것을 배워가고 확인하는 일들이 더 중요하고 좋았다고 한다면,

4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요즘에는 궁궐을 방문하는 일이 산책 또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숨을 돌리는 그런 여유을 가져보기 위해 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지극히 주권적인 궁궐 취향을 보여주는 궁궐 안내서 같은 느낌이다.

책 사이즈 자체가 아담하고 곳곳에 사진과 에세이 형식의 글들이 어렵지 않게 쓰여 있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궁궐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볍게 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같다.

구성은 아래처럼 크게 4개의 꼭지로 되어 있다.




궁궐의 돌, 나무, 물건을 보물찾기 하듯이 찾게 해준다.

돌 하나, 벽지 한 장에도 애틋한 시선을 머무르게 해주면서 행복을 안겨준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몇 번을 다녀와도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많은데, 하마터면 끝내 모를 뻔했던 하나의 우주를 발견한 기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참 반가운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이번 주말에는 당장 내가 놓쳤던 궁궐의 예쁜 구석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창경궁 입장에 관련한 부분인데,

창덕궁을 통해서 함양문으로 입장해서 잘 가꾸어진 화사한 화단과 괴석분 장식을 감상하며 궁의 주인이 된 기분으로 감사하는 방법과 홍화문과 빈양문을 통해 내전으로 가서 궐을 방문한 손님의 시선으로 내부를 보게 되는 두 가지 방법의 소개를 읽고나면 두 방법을 꼭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또 하나는 창덕궁 낙선재의 누마루 아래에 작은 돌 조각으로 만든 빙렬 무늬 장식벽을 언급한 부분이데, 뒤편의 아궁이를 가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얼음이 쪼개진 무늬'라는 이름의 장식을 아궁이 근처에 놓아서 화재를 방지하고자 하는 기원의 의미와 기능도 기능이지만 돌의 아름다움을 그저 내보이기 위해 만든 사치스러운 돌들을 감상할 수 있는 궁궐 산책의 팁이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인 김서울이 궁궐의 뒤뜻을 산책하듯 가볍에 거닐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이 책의 목적이 적어도 나에게는 성공적으로 이뤄진 책이라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 이 글은 출판사의 책을 협찬 받고 작성한 글임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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