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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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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의 정의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화폐 또는 부동산의 소유 등 '보이는(visible)부'지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정의하는 '부'에는 그밖에도 건강, 사랑, 가족과의 정신정 유대감, 안정, 심리적 보상 그리고 욕망까지 '보이지 않는(invisible)부' 모두를 포함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를 창출해 온 인류의 역사부터 현시대가 요구하는 부의 양상을 '시간', '공간', '지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분석하였다. 

미래의 경제가치를 예견하는 대목 중 생산(PROduce)과 소비(conSUME)의 합성어로 판매나 교환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프로슈밍(prosum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DIY(Do It Yourself)'도 이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외에도 '데카당스', '빈곤'등의 키워드를 통해 자본주의와 시장의 미래를 논했으며 특히 동북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으로 이동할 부의 흐름을 예측하고 아시아의 역할을 분석하였다.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롭게 출현할 부의 형태와 부 창출 시스템에 대한 예견이 상당히 흥미로우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덕에 전세계의 경제흐름 전반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그 흐름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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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미학 - 한 미술평론가가 듣는 사물들의 은밀한 음성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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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많은 생활용품들과 함께 살고 있다. 기상에서부터 취침까지 함께하는 핸드폰부터 외출 시 필요한 가방, 시계, 신발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화장도구와 액세서리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일상용품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나 가깝게 녹아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고 최신의 것을 선보이는 요즘과 같은 시대엔 이 모든 물품들이 소모품일 뿐이고 분실되거나 닳아 없어진다 해도 딱히 아쉬울 것 없다. 현재와 같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소비문화에서 여러 가지 사물들을 오랜 시간동안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갓 출시된 최신형 휴대폰의 2년 약정기간마저도 긴 시간이 되어버린 최근의 소지품들을 보면 사물의 수명이 얼마나 짧아졌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이시대의 사물들은 편의라는 목적만을 위해 소비되어지고 소모되어져 버린다. 이런 세상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한 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반려자, 애완보다 더 깊은 애정을 쏟아 키우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한다. 하지만 ‘반려사물’ 이라는 말은 없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71개의 사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저자의 ‘반려(伴侶)사물’ 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라디오, 달력, 필기구등과 같은 문구류에서 귀이개, 안경, 명함지갑, 가방과 같은 일상용품, 그리고 꼭두, 문진, 부적, 동자석과 같은 골동품, 공예품 까지, 저자를 감싸고 있는 사물들이 바로 저자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간다. 그동안 사 모은 책을 읽거나, 수집해놓은 CD를 모두 듣고, 수많은 필기구와 수첩, 노트를 죄다 쓰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 밝히는 저자는 그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좋아하고 기꺼이 다 소모한 뒤 잘 죽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기술한다. 자신 앞에 놓여진 사물들의 생을 자신의 생과 동일시하는 저자의 태도는 이들이 바로 ‘반려사물’들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집품=그 사람의 세계

누구나 수집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보다 수집행위에 더 열성적인 ‘마니아’로 지칭되는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면 그것을 자폐적이거나 편집증적 행위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분명 타자가 개입할 수 없는 개인의 기호이자 자신만의 세계이다. 수집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거나 안식을 느낄 때 그에게 수집대상물이 바로 자신이고 자신이 곧 그 사물들로 대변 된다. 그 대상물들이 바로 자신만의 세계이자 자신의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억의 풍경>전은 이러한 삶을 살고 있는 79명의 수집가들이 모여 있었다. 남자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밀리터리 인형, 미니자동차 장난감, 와인 라벨지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물에서부터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고서 컬렉션 까지 '수집'이라는 행위들의 거대한 집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기억의 풍경>전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미술관이라는 공적인 공간으로 끌어와 수집심리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수집품이라는 매개체로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전시였다. 그러나 <수집미학>의 수집물들은 앞의 전시에서 본 수집가들의 수집욕과는 약간은 다른 기준에 의한 수집행위이다. 저자는 그 사람들과 같이 한 가지 특정 분야 또는 특정상품을 기준으로 수집행위를 한다기보다 오로지 자신의 감각이 요구하는 지극히도 주관적인 기준에서의 사물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미지출처_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

2012년 3월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디자인, 컬렉션, 플리마켓>전은 앞에서 언급한 <기억의 풍경>전과는 또 다른 디자인가구와 생활오브제를 수집하는 국내 컬렉터들을 통하여 그들의 안목과 열정, 그리고 현재까지도 생활 속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형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컬렉터’들이 주가 된 전시였다. 수집가와 컬렉터는 같은 단어지만 컬렉터라는 어감은 뭔가 고가의, 희소성 있는 상품을 수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느낌이 든다. 실재로 전시에서 만난 앤티크와 빈티지가구들로 꾸며진 전시장 내부는 개인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이러한 모양새의 고미술 또는 공예품을 ‘컬렉션’ 한다고 하면 단연 진품을 모으는 것이고 그러한 행위는 미술품의 수집열이 높던 서양의 18세기 귀족처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의 고급취미정도로 생각해버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의 곁에 있는 남녀 합환상이나 꼭두, 가면, 등잔 그리고 누구의 붓놀림인지 알 수 없는 그릇은 그 시대와 출처를 분명히 하는 오래된 유물이라거나 희소성으로 그 가치가 상한 되어 있는 물건들은 아니다. 저자에게 보물이 되는 그것들은 저자가 강의를 나가며, 전시장을 돌아보며 인사동, 삼청동을 오가면서 좌판과 골동품 가게에서 찾아낸 오래된 물건들이거나 진품 못지않은 괜찮은 가짜들이다. '진품에 가격이 비싸야만 소장할 가치가 있고 즐길 만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저자의 담담한 어조는 그것이 철저히 자신을 위한 컬렉션임을 단언한다.

 

<디자인, 컬렉션, 플리마켓>전시전경

 

'한결같이 어떤 감각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저자는 두통으로 고통스러울 때 통증을 잊게 해주는 블루 오일을 찾고, 자신의 몸에 립밤과 핸드그림을 흡수시키지만 그것들의 성능이나 효과만큼 중요한 것이 상품의 외형과 디자인이다. 또 라이카 카메라와 맥북 에어와 같은 전자기기는 성능과 기술력보다도 세련된 미감이우선이다. 이러한 사물의 외향적 집착은 심지어 귀이개까지 하나의 조형물로써의 감각과 품위를 요구한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그에게 문구류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과 같은 것들이다. 다만 그 총이 좀 감각적이고 예뻣으면 하는 것이다. 잘못된 글씨를 지우기 위해 있는 지우개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완상용으로 보관하기도 하고 국을 담는 그릇에 연필을 담아 필기구함으로 쓰기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연필과 그릇 색감이 유사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란다.

 

 

‘전시장을 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문구점이나 여러 매장을 다니며 상품을 구경하고 고르는 것도, 옥션이나 골동 가게에서 옛 물건들을 완상하는 것도 한결같이 어떤 감각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는 문장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수집미학>은 특정 브랜드나 그 사물만의 희소성과 같은 절대적 가치에 의한 수집 보다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자신만의 감각과 개인적 취향에 의한 수집물들에 대한 욕심과 편애를 이야기 하고 그러한 애정에 대한 고백을 기술한 책이다. 20여년간 큐레이터와 평론가로 안목을 키워온 저자의 수집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책 표지에 등장하는 얼핏 보면 잉크병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연필의 톱밥이 들어있는 세룰리안블루색의 연필깍기처럼, 사물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 외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책의 표지 디자인처럼 많은 비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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