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덕경 - 개정판, 원문 영어 번역문 수록 ㅣ 현암사 동양고전
노자 지음, 오강남 풀어 엮음 / 현암사 / 1995년 12월
평점 :
도덕경은 당시 주류의 사상에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흐름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환경오염, 인위적이고 상업적인 자본의 횡포, 빈부의 차 현재의 많은 문제점들의 원인들도 지적해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환기를 할 뿐이지 현실적으로 전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도덕경에서 나타나 있듯이 도, 무위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애쓰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나는 도덕경의 사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 보다는 새로운 사유체계를 이루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도와 덕에 관한 경전은 말중심의 사유체계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도에 대한 정의는 그 서술하는 즉시 한계에 봉착하게 되며, 따라서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라는 진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를 설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로고스 중심주의적 사유체계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사유체계로 도를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도는 오히려 언어 중심의 사유체계를 뛰어넘는 이미지 중심의 사유체계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이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지도 또한 개념적 또는 추상적인 의미 규정과는 달리 대상을 구체적으로 감각적으로 재현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정의할 때에 우리는 논리적 사유방식, 즉 로고스 중심주의적 사고로 이미지의 하나의 측면만을 말하겠다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지는 규정이나 논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붙잡아야 하며, 이미지에 대해 정의 내리는 주체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변하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지를 로고스 중심적인 사유체계로 정의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은 도를 정의할 때 가지는 어려움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특히 이미지는 명백하게 현존하는 인식이나 사물의 재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부재하는 것의 표현도 아니다 . 몽젱은 “이미지는 절대 존재와 아무 관계가 없으며 또한 비존재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 이미지는 현존하지 않는 절대 존재의 독특한 표현 양태이다. 이미지는, 부재와 현존을 맺어준다. 게다가 이미지는 우리에게 이 부재를 현존케 하고, 그 부재의 현존을 하나의 기호관계로 뚜렷하게 해준다.”고 했다.
인간이 현재 세상에서 그 무언가 결핍을 느끼고 그 무언가를 표현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이미지인 것이며, 인간은 언제나 결핍을 느끼는 존재하는 의미에서 언제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노자가 도덕경을 통해서 도와 덕에 대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그것은 단지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에 대한 이미지의 공유일 것이다. 도에 대해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전달될 수 있다는 점. 이것은 이미지 중심의 사유체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합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지는 그것이 관련되는 모든 영역(실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이지만) 즉 논리, 미학, 윤리, 교육, 정치, 형이상학, 예술, 철학에서 하나의 근본토대를 차지하고 있다 .
이미지와 상상력이 서구의 합리주의내에서 경시 받아오다가 이제서야 인류의 공통분모로 그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 도의 성격, 즉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말로 표현할 때는 어렵지만 상상력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신비함은 언어 중심주의가 아니라 이미지 중심주의라는 대안적인 새로운 사유체계와 닮은 점이 많으며 이렇게 이미지중심주의로 전환하며 이해할 때, 그 본래적인 진의가 전달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그 동안 주류에서 외면되어 왔던 인류의 공통분모인 이미지와 상상력의 의미를 도라는 궁극의 진리로 극대화 시켜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