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우리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도 거두었는데,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세계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가장 빈번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우울한 나라이고,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모두가 모두를 가장 불신하는 나라입니다. 이쯤 되면 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옥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겠지요. 젊은 세대가 ‘헬조선’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타박할 일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