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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표창원 감수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독립 프로파일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다루는 사건들이 전부 다 실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1990년대~ 2000년도 초반이다. 그래서 지금의 경찰 수사가 어떤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진 않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술이 보다 진보되었을 뿐. CSI 등의 수사물들을 보면서 과학수사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내게 팻 브라운은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는지도 일깨워 주었다. 우선, 경찰 수사는 너무나도 허점이 많다. 정치적 문제의 개입이 있을 것 같으면 수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리고(설사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 할지라도), 형사의 개인적인 가정 문제로 수사가 등한시 될 수도 있으며, 범인이 아닌 자의 거짓 자백을 받기 위해 모든 수사력을 그 한 사람에게 쏟아 붙는다던지, 살인 현장 보존을 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자살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던지.. 등등 셀 수 없는 경찰 시스템의 문제들을 이 책은 고발한다. 정말 경찰들이, 형사들이, 제대로 사건을 보고 심혈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밝혀 낼 수 있는 범인인데도, 눈 앞에 범인을 두고 기소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만 준다. 이 책을 읽을 때, 우리 나라 경찰 수사도 미국과 다를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등한시 했던 증거품들 때문에 범인들은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며, 결국 피해자 유족들에겐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수사에 지쳐 프로파일러인 그녀에게 요청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프로파일러인 그녀에게 극소량의 증거만이 넘겨져 재수사에도 어려움이 있게된다.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러한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며, 경찰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올 것이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서 싸이코패스들이 쉽게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 끼쳤다.
아무튼, 그녀가 풀어놓은 생생한 실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며, 우리들에게 많은 바를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