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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요정 ㅣ 그림책이 참 좋아 62
안녕달 지음 / 책읽는곰 / 2019년 10월
평점 :
마음 착한 요정
하필 쓰레기통에서 태어나 쓰레기통요정이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을 갖게 된 요정이다. 왜 쓰레기통이 었을까. 몹시도 궁금했다.
이름을 들었을 땐 천방지축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맘 착한 요정이 또 있을까?
책을 받자마자 겉표지가 쓰레기봉투를 연상하게 만들었던 것부터 웃음이 빵 터졌다. ‘안녕달’ 작가님의 신간이라는 것으로 이미 한껏 기대를 했었는데 이런 기발한 센스가 이미 이 책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그리고 쓰레기통 속의 지저분한 모습이 책 표지가 될 수 있다니 가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동안 ‘안녕달’작가님의 그림은 뭔가 편안했다. 연한 색연필의 색감과 그림의 테두리에 남겨있는 연필의 선과 연필로 쓴 글이 사각사각 소리가 날 듯 하면서 어릴 적 연필을 들고 공부하던 추억을 되돌려 주는 듯했다. ‘쓰레기통요정’ 책도 연필로 그렸고 연필로 글을 썼는데 전체적으로 색감이 진해졌다. 만화 컷처럼 프레임이 나눠진 부분도 늘었다. 그래서 이번 책은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쓰레기통 안에서 요정 얼굴에 끼워 있는 반지만이 가장 빛나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왜 끼고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소중한 것이라 끝까지 지켜낼 거라 생각한 나의 예감은 빗나갔다. 반짝이는 반지를 내주고 캔 꼭지로 대신할 수 있는 귀여운 요정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쓰레기통을 떠올리면 사실 좋은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요정이 아무리 ‘소원을 들어드려요~~~’라고 외쳐도 다들 듣지도 않는다. 그러나 버려지는 쓰레기 속에서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