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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11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평점 :
세계사에 관심 많고 좋아하기에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를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역사 속 편지에 대한 이야기로 위대하고 유명한 인물만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편지도 담겨있고 전쟁에 관한 편지, 첩보 조직 결성을 의뢰한 편지, 무기 조사관의 편지, 버지나아 울프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등 다양한 분야의 편지들이 가득 담겨있어 오히려 흥미롭다. 저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정치가, 사상가, 예술가, 과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남긴 편지 100통의 편지를 통해 그 안에 담긴 갈등, 사랑, 절망, 의지, 망설임, 두려움 등을 통해 역사가 개인의 다양한 감정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다시 말해 세계사의 흐름을 편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은 방대한 세계사의 흐름을 단숨에 파악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잊히기 쉬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어 역사를 다시 되새겨보게 하고 인간적인 문장을 통해 마치 그 시대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에서 말하듯 바로 '편지'에 있다. 지극히 사적인 편지이기에 발신자의 말투와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살아 움직인다. 잘 쓰지 않아도 편지가 주는 담백하고 솔직함 그리고 간절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강한 울림을 주기도 했다.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 편지를 받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편지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해설이 담겼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해설이 너무 좋았는데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을 곁들여 분석하지 않고 편지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수준의 해설이었기에 감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감정선을 따라 읽을 수 있다보니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역사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보통 굵직한 사건과 인물, 시대를 중심으로 읽었는데 이 책에 담긴 100통의 편지를 읽다보니 역사도 인간의 이야기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역사란 거대한 흐름 속에 당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하며 영웅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순간의 선택들, 열정적인 고백들, 포기하지 않는 의지 등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과 마음들로 이루어진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