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미스터리의 여왕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 15주년 기념작《인간표본》은 믿고 읽는 작가이기에 무척 기대되었다. 먼저 이 소설은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쉽게 대상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작품은 ‘표본’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을 활용해 누군가를 관찰, 분류하고 해석하는 행위가 어디에서부터 윤리적 경계를 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인간 표본》은 충격적인 스토리보다 인물들의 시선, 관찰과 관찰당하는 것의 불균형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지속적으로 갖게 만들어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과하게 자극적인 스토리라면 오히려 읽는 동안 힘들었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역시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든다.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을 표본화하려는 욕망’이었다. 흔히 우리는 남을 평가하고 규정하며, 때로는 상대의 복잡한 내면을 단순하게 해석해버리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극단적 설정을 통해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더군다나 인물 간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권력 구조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만든다. 누군가를 ‘표본’으로 바라보는 순간,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이는 자의 불평등한 관계가 맺는 왜곡은 결국 인물들의 삶 자체를 바꿔놓는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오랜만에 만나는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기에 끊임없이 읽는 동안 등장인물의 감정과 동기를 해석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인간 표본》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해석을 하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 결말을 통해 '표본’이 무엇인지, 관찰하려던 것은 과연 '타인' 이었는 아니면 자신이었지 생각하게하는 여운을 준다.《인간표본》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과 더불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명작이기에 꼭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