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구조는 누가 봐도 단순하다. 저자가 언급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 화의 본질을, 제2장에서는 화의 종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나서 제3장에서는 화의 사용법(의사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제4장에서는 화내기 위한 각오를, 제5장에서는 이 책의 핵심인 제대로 화내는 법에 대해 말한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의견 또는 이 책의 대략적인 흐름을 나름대로 성급하게 요약해본다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분노는 철학이다."며 화를 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를 내더라도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혜롭게, 끈기를 가지고 화를 풀어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말고 풀라는 것이다. 방법과 조절의 문제일 뿐, 얼마든지 좋게 해소(또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왜 화를 내느냐?"는 사람들을 향한 반론의 자료들, 생각의 근거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펼쳐내보여준다. 철학자답게 논리적으로 차근차근히 화에 대한 기성의 생각에 반론을 펼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의견을 설명을 통해 펼쳐나간다. 그런 다음 이 책의 제목이자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화를 잘 내기 위한 6가지 방법'(p.199~219)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마무리 한다. - 성질급한 분들은 이 방법만 발췌하여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제3~4장은, 약간 이성을 잃은 듯이 일갈하기도 하고, 저자의 개인적 취향마저 읽을 수 있으며, 저자의 분노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는 스킵한다. 또 제5장이야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해 볼 때 핵심적인 내용-저자의 의도를 추측해보면, 이런 말은 궁색한 것 같기도 하고, 과연 그런지 의문이 들지만- 이랄 수 있기에 당연히 구매해서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제1~2장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제1장 : 화의 본질


 '화'가 날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첫째, 화를 억누르거나 아예 화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이는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이러한 주장의 대표격인 "스리랑카의 원시불교 장로인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쓰쿠요미지 주지 고이케 류노스케"에 대해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둘째, 화를 내는 것이 있다. 이것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화가나는 대로 화풀이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능숙하게 감정을 조절하며 논리적 언어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히 저자는 후자를 '바르게 화내기'라고 말하며 지지한다. 그리고 전자에 대해서는 온갖 악담을 퍼붓는다.

 가령, 이성을 잃고 증오속에 폭언과 폭행을 동반하여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 의지 · 행동 · 자신감 부족 → 모험 기피로 이어짐.

 ☞ '상처받는 성장과정'이 없었던 과보호의 비극, 

 ☞ 실력은 없으나 자존심만 강한 것 → 칭찬은 많지만 지적은 없었던 결과

 ☞ 기질적으로 유약함.  

 

 저자는 주로 이런 식의 화내기는 일본의 청년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의 이력을 다시 살펴본다. 

 저자는 교토대 법학부를 졸업하여, 인간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회사원 · 프리랜서 · 공무원을 거쳐 지금은 공공철학과 정치철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교수다(p.147에 보면 저자가 왜 '공공철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970년생(한국 나이로 44세)인 그가 일본 청년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p.158 이하(또는 이를 포함한 제4장)의 내용을 읽으며 상상해보면 나름 흥미롭다. 

 

 제2장 : 화의 종류


 다음으로, 저자는 "감정이 드러나는지와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지의 2가지 지표에 근거하여" 화를 4가지로 분류한다. 

 

 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 해결로 이끌지도 못하는 화 : 자폭형. 테러리스트나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이 많다고 한다.

 ②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문제해결로 이끄는 화 : 근면형, 요령이 부족한 독선적인 자선활동가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고 한다

 ③ 감정을 드러내지만 문제 해결로 이끌지 못하는 화 : 나팔형, 자신의 발언에 만족해하는 평론가들 가운데 이런 유형이 많을지 모른다고 한다.

 ④ 감정을 드러내고 문제 해결로도 이끄는 화 : 실무형.

 


 이렇게 나열해보면 저자가 어떤 화를 선호하는 지 알 것이다. 위 '4가지 화'중 저자의 집중공격 대상은 나팔형이다. 이의 이유 역시 -p.119 이하를 읽으며- 상상해보면 흥미롭다. - 뿐만 아니라 저자는 화의 대상을 기준으로 개인적 화와 사회적 화로 나누며 후자를 높이 추켜 세운다.

 저자가 말하는 '실무형 화'를 내는 이들의 특징에 대해서 말하자면, 화를 내도록 만드는 근본원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즉, 자기 탓이나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원인을 찾은 뒤에는 구체적인 대책을 세운다. 필요한 경우에 상대나 주위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온화하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화의 강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와) 끈기를 만들어 주며, 난관을 돌파하도록 돕는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안전기지를 마련해 주며, 다른 사람을 편안하도록 해 준다. 게다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 주고 고독을 극복하게 도와주며, 폭력을 예방한다."

 

 과연 화를 내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려 이러한 화를 낼 수 있을까. 특히나 혈기왕성한 사람들, 또는 전두엽이 노화되거나 미성숙하게 발달한 사람들이? 의문이다.

 또, 이 책에서 제6장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제대로 화내는 법에 대해 이리저리 기술할 때 쓰는 용어를 보라. 철학자의 그것답게 다소 추상적인 용어가 많다. 그에 비해 우리의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며, 직접적이고, 다양하다. 때로는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꽤 있다. 몇가지 면에서 살펴보면, 저자의 분노 해소법이 제대로 통용되는 경우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토론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라 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하여도 화에 대한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답답한 접근법을 생각해볼 때, 저자의 시각과 의견은 -한편으로는 생각가능한 범위내에 있으나- 신선하고 통쾌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하기에 곧잘 문제가 되곤 한다. 분노의 주체 역시 이러한 '화' 앞에서는 통솔력을 잃기 쉽다. 이 3가지 요건만으로 인간 사회에서 '화' 또는 '분노'라는 감정은 골치 아픈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화를 내고 돌아서면 화를 낸 주체도 뉘우치곤 하지 않은가. 또는 주체의 사후 반응과 무관하게 화풀이의 대상, 또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하면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이 책은 그 해결법의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괜찮은 책이다. 더 이상 화를 삭히거나 화가 나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제대로 화를 내어보자. 시원하게 화내기보다, 바르게 화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은 화내는 것에 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화낼 때의 마음가짐이나 그 방법까지 제시해준다.


 다만, 위와 같은 장점에도 이 책을 추천하기에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다. 아래와 같이 눈쌀찌푸려지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소한(과연?) 내용만 스킵(skip)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지 않을런지.

 

☞ 망언제조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에 대한 찬사(p.119~120) : "차분히 들어보면 그의 말은 대부분 합리적이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와 관련한 이야기 속에 그에게 드리워진 듯한 음험한 이미지(p.140) : 저자는 나중에 이르러 국가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인에게 사회문제를 내맡긴 사회적 태도와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세태를 이 용어들을 빌려 비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 "국가는 애국심이라는 인륜을 기초로 한다" (p.148) - 공공심으로 둘러대지만 역시...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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