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혁명 - 콜럼버스가 퍼트린 문명의 맹아
사카이 노부오 지음, 노희운 옮김 / 형설라이프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왜 이리 재미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웬만한 만화책이나 영화보다 재미있는 것 같다.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최근에 흥미가 가는 분야는《우리시대 기술혁명》류의 책이나 이 책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물건들의 발달사, 문화사, 구조원리 등인데, 이는 아마 직전의 관심사였던 법학이나 자기계발서 따위의 추상성에 어느 정도 질려있는 결과라고 본다. 인간이라면 대개 가지고 있는 '반대 성향에 대한 목마름'때문이랄까. 편식은 정말 오래가지 못하고 질리는 것 같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책은 감자 · 고무 · 초콜릿 · 고 · 담배 · 옥수수 총 6가지 식물이 상용화 · 세계화 · 대중화되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동시에 저자의 말대로 "콜럼버스의 업적을 문화사라는 관점해서 탐색해 보려는 시도"랄 수 있다.

 

 신대륙의 발견과 도착은 사실상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유럽인 최초의 도착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인이 담당했기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격하되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이전에 잘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아니다. 그의 항해가 역사 속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그의 항해를 계기로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 간의 빈번한 왕래가 이뤄지고,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 식물이 여러 형태로 유럽에 건너가 인류 문명사에 새로운 전기나 발전을 가져온 점이랄 수 있다. 

 책은 이를 조명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인들이 왕래하며 퍼뜨린 식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고도 혁신적인 6가지 식물을 골라 그것이 널리 이용되기까지의 역사를 담아 놓았다. 이를 보면 그 식물들이 얼마나 현대 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려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6가지 식물이 근대 유럽 세계에 미친 영향이나, 오늘날 전 세계에 깊이 관계하고 있는 면면은 무얼까.

 

 ① 먼저, 비교적 극한의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감자가 널리 생산되자 기근에 시달리던 유럽인들을 먹여살리며 인구의 증가를 가져왔다. 더불어 감자에 있던 바이타민 C 성분은 유럽인들의 괴혈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유럽인들은 가축에게 먹일 식량이 부족했다. 겨울이면 주식용가축인 돼지를 번식용종돈만 남기고 한꺼번에 도축해 소금에 절인다음 염장육으로 먹곤 했다. 하지만 잉여의 감자로 가축들을 먹여살림으로써, 맛없고 냄새가 심한 염장육을 먹지 않고 1년 내내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는 콜럼버스가 지중해를 지배하면서 실크로드마저 장악한 이슬람 세력을 피해 바다길을 통해 인도로 구하러 가려 했던 향신료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은 경작에 필요하여 잘 먹어보지도 못한 소의 두수를 늘림으로써 소고기도 가끔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먹을 거리 문제의 해결로 인하여 인구가 늘어나고 체격도 커진 유럽인들이, 향후 제국주의 시대를 통해 근대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감자의 영향이 컸다.

 

 ② 고무는 일상에서 너무 흔하지만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천연고무의 등장으로 바퀴의 진화가 일어나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알다시피 바퀴는 자동차, 비행기, 건축기계 등등 현대사회의 근간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다.

 그리고 천연고무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들어 합성고무가 개발됨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고무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합성고무의 등장 자체도 천연고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행기의 바퀴, 콘돔 등에는 합성고무가 따라올 수 없는 천연고무만의 장점이 있기에 아직도 쓰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러한 고무는 전기제품, 건축, 해양오염, 의료, 자동차 부품, 그 외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며 편의를 돕고 있다.

 

 ③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만든 문명에서 음료수로 마시거나 약으로 쓰이던 초콜릿(이라기보다 카카오 콩)은 이젠 과자나 아이스크림, 음료 등에 들어가 일품의 맛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④ 2,000종 이상의 품종으로 분화해왔지만, 매운맛을 내는 데 빠질 수 없는 조미료인 고추는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지만, 그간 기호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위안거리를 제공해 주던 담배는 또 어떤가. 

 17세기 중반 페스트가 런던에서 창궐하자 담배가 뛰어난 예방약이라고 잘못 알려져 "이튼의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 전원이 매일 등교하지 전에 담배를 피우도록 의무화했을 정도였"을 때와 같은 에피소드를 남긴채 조금씩 생활전선에서 담배는 푸대접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⑥ 품종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지구상의 3대 주요 식량이 된 옥수수.

 옥수수는 "식물체를 구성하는 전분이나 섬유소의 생산성이 매우 높"고, 밀에 비해 수확률이 높을 뿐더러, 여러가지 기후 조건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많은 인류의 주 에너지원이 될 수 있었다. 옥수수는 식료뿐만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 활용되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육식문화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비록 이등품 곡물이라는 취급을 받거나 가축의 사료, 연료용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간 항로가 개척된 후 신대륙에 새로이 정착한 유럽 이민자들에게,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에게 주 에너지원으로 큰 역할을 했고 또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콜럼버스의 업적이랄 수 있으니, 4번에 걸친 항해의 성과와 "자신이 이뤄 낸 업적의 참된 가치를 알지도 못한 채 스페인의 바야돌리드 마을에서 실의에 빠진채 -1506년 5월 20일에- 55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친" 콜럼버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식물과 동물을 가지고 들어온 뒤, 신대륙은 단기간에 세계의 식료 공급 기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 혜택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와 그 후손들이 독식해왔다. 원주민들은 오히려 그들이 정주하고 있던 땅으로부터 쫓겨나 제한된 거주지나, 건조하거나 추운 극한의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원래 주인이던 그들이 쫓겨난 것도 억울할텐데, 저항하는 과정에서 학살당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유럽인 중 스페인인들이 신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원주민(특히 남미 인디오들)에게 자행한 대규모의 학살과 노예화, 강제노동, 유럽인들이 옮겨들어온 병원균에 의해, -일각에서는 유럽인들이 들어오기전 그들의 인구를 수천만명으로 추산하였으나 불과 일이백년 사이에 수인에서 수십명 정도만 남은, 거의 전멸수준으로- 인구가 급감했다.

 

 특히나 남성 기독교인 중심의 중세 서구 문명에서 신대륙에 발을 디딘 유럽정복자들이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상상을 불허하는 끔찍한 학살과 착취의 기록은, "라스카사스 신부가 카롤루스 1세에게 보낸 보고서를 바탕으로 썼던 『인디아스 파괴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에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전해져 오고 있다.

 몇년 전에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책 가운데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는데, 읽는 순간 몸서리를 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인용문구와 약간의 평만 그러할진대, 실제는 얼마나 가혹했을까.

 정복자가 인디오들을 고문하며 죽이거나 살아있는 어린아이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뒤 개에게 먹이로 던져준 것,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서로를 잡아먹게 하여 인디오들 사이에 인육시장이 열리기도 한 것, 가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인디오들이 그들의 거처로 돌아온 뒤에는 피로에 지쳐 잠이들기에 바빠 아이가 생길 여력이 나지 않아 인구의 급감을 부추긴 것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까지 깊숙이 또 두루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콜럼버스의 업적이 부정적 영향을 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한편으론 '내가 아닌 남의 일'로만 여기는 인간의 이기심이 바탕에 깔린 것이 아닐런지.

 

 이 책은 읽고 지식을 쌓는 것도 있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점에서 점수를 많이 줄 수 있겠다. 읽어나가면서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경우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충을 해주어 간편히 이해를 도운 점도 좋았다. 

 

  

 또 알찬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여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그 실력, 또 호기심을 부추기게 만드는 기획 능력 등에 있어서도 감탄을 하며 읽었다는 것도 밝혀두며 간단히 글을 마무리 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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