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가
이인실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이 사회가 아직 남성 중심의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 때에 여자라는 이유로 받게 된 차별과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적극적으로 또 열심히 일을 구하고, 자기 자리에서 그 직분에 맞게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최초 여성 통계청장이자 대한민국 대표 여성 경제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그 인생 노정의 면면들,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철학의 소중한 자산을 이 책에서 살며시 풀어내고 있다.

 

 책은 주로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신촌의 한 대학 대학원의 교수가 된 지금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 시절에서 통계청장 재임시절까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2녀 2남의 둘째딸로 태어난 저자는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운좋게'- 경기여고에 입학한 뒤 진로의 첫 분기점에서 이과를 선택하였다. 극히 우수한 수재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았고, 묻히기 쉬운 환경 속에서 자라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신경써야 했기에 그를 통해 길러진 기질을 토대로 반에서 톡톡 튀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했다 한다. 

 

 이후 Y대 지질학과에 입학하게 되지만 학부를 졸업하기 전까지 그 학문에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차에, 고교 동문 선배의 권유와 경제학을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폴 새뮤얼슨의 《Economics》13판본을 정독한 저자는 경제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 결국 지질학부 졸업 후 같은 대학에 경제학과에 학사편입하게 된다.

 

 경제학과에 유일한 여성 학부생이 되어 -마치 여자 공대생처럼-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그 상황을 즐기며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그간 살아오며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에 임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졸업 후 좀 더 넓고 깊은 배움을 원하며 유학을 열망하다, 같은 학과 캠퍼스 커플로 지내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그와 함께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여성에게 가혹한 한국 사회에서 결혼 생각은 없었던 저자였으나, 유학자금을 따로 주지 못하니 결혼자금으로 대신하라는 어머니의 Deal에 응한 결과였다.

 

 하지만 유학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정보도 부족했다. 자금이 풍부한 대학의 지원금과 유학자금으로 그럭저럭 경제적으로 궁핍함은 덜어낼 수 있었으나 너무 조건이 열악했다. 더 좋은 대학교에서 공부하길 열망한 남편을 따라 텍사스주립대에서 미네소타대학교로 자리를 옮기자 장학금이 나오지 않아 생활비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거기다 저자는 아이를 임신한 채 베이비시터 일을 하면서 바로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시험까지 앞두게 되었다. 장녀를 출산한 뒤 살림·육아·공부를 병행하던 저자는 첫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로 인한 충격이 커 극단적인 생각까지 품게 되었고, 저자의 상태를 알게된 그녀의 남편은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고국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온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무척이나 시달렸으나, 그럴 수록 반드시 빨리 합격해 아이를 다시 품으리란 결심을 다지며 더 독기있게 공부하였다. 결국 시험에 통과하여 박사학위 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연이어 경제적 문제의 타개를 위해 -학기가 없는 방학에 감자로 주린 배를 채웠지만- 학기 중에는 Teaching Assistant로 일을 하며 공부를 계속해나갔다. 

 

 재정학과 국제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저자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여태껏 다른 교육방식에 적응해나가며 자신의 선택을 뒤돌아볼 겨를 없이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다. 다시 아이를 데려온 뒤 조교생활·수강·논문작성·육아로 날마다 전투를 치렀다던 저자는, 8년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취업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같은 스펙을 가졌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며 번번이 거절을 당하게 된 것이다. 선·후배, 동기들보다 뒤쳐지는 것을 목도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감을 절실히 느낀 저자는, 첫발은 힘겨운 시간강사 생활로 버텨내며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그 때마다 온갖 실패의 경험을 맛보며 자신을 거부한 회사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강사생활을 하던 학교를 통해 하나은행 부속 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본격적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후 한국경제연구원을 거쳐 국회예산정책처 1급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겨 신설된 조직을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다시 대학 강단에 정식 교수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다 통계청장으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짧게 압축된 내용이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말과 글로 옮기지 못할 경험과 사연이 있고, 정열적인 노력과 힘겨운 분투기가 녹아 있다.

 

 책은 이러한 저자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이에 근거하여 깨달은 것과 그 밖에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공유하려 하고있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경험의 인센티브'를 나누고 싶은 바람의 산물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메시지는 많으나, 여기에서 다 소개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한다.

 메시지 자체 보다, 그러한 메시지 중 일부에 내 마음이 조응하여 나온 생각과 느낌들이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간략히 언급하겠다(필요에 따라 발췌는 하나, 단 한번으로 그치겠다).

 

 ① 우선 '공부의 왕도'는 없으나, 치열하게 공부하는 과정이 없다면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적어도 그 공부를 통하여 직접 일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② 다음으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만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참 행운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자본주의는 경쟁체제이며, 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대개 남도 원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좌절하기보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밀물이 들어와 내 배를 띄워 저 바다로 출정할 수 있을 것이다. 

 

 ③ 또 약점이라 생각한 것은 실제 약점이 아니라 특성에 불과하며, -시대상, 한 사회에서 그 특성이 낮게 평가받아 받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 특성을 잘 살려 오히려 자신의 강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포지셔닝을 잘 하라.

 

 ④ 수많은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네게 많은 도움과 기회,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기에 친화력을 쌓는 것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더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⑤ 대인 관계에 있어 같이 한 자리에서 돈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다. 

 "사실 알고 보면 돈으로 때우는 게 제일 싸게 때우는 거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허다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돈으로 사는 게 좋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돈으로 쩨쩨하게 구는 것보다 돈으로 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낫다."

 

 저자는 무수한 실패와 성공의 파도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나가며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왔다. 그와 함께 가정내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치열한 삶을 보냈다.

 어떤 경우에는 도전적으로 응전하여 열심히 일을 치러냈지만,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내려놓거나 다른 방향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채울 줄도 알았다.

 그런 경험의 고개를 넘고 넘어와, 인생의 초로에 서기 직전 문턱(1956년생)에서 저자가 지난 길을 되돌아보며 들려주는 이야기와 지혜를한번쯤이라도 -강의를 수강하는 자세로- 귀담아 듣고 참고하거나, 힐링받을 수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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