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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장보고와 지구촌 경영
최민자 지음 / 범한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장보고! 지금까지 우리에게 해적을 소탕하고 9세기 당시의 해상권을 장악했던 인물로만 그려졌을 뿐 그의 활동상과 청해정신(淸海精神)에 이르기까지 빈약할 수밖에 없었던 인식에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왔다고나 할까. 장보고야말로 동북아를 국경 없이 다스린 진정한 세계인이었으며 휴머니스트였고, 적산법화원을 통해 선종불교의 전파에도 공을 세운 종교개혁가이자 중개무역에 의해 해상상업제국을 연 무역왕이었음을, 저자는 역사적 고찰, 정치외교, 사회문화, 해양, 해운, 무역 관계로 넓혀 독자로 하여금 생생하게 다가오도록 세심한 배려와 적확한 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장보고는 학자들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가운데 지엽적인 부분에 매달려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았고, 더욱이 그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한*중 수교 전 황해를 수없이 넘나들며 산동반도 적산 연화정에 ‘장보고 기념탑’을 세우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소개는 정부조차 수수방관하였던 역사(役事)를 가냘픈 한 여인의 몸으로 일구어냈다는 사실에 고개를 숙여 숙연함과 감회의 남다른 감정을 표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장보고 국제경영관의 현대적 발현은 곧 장보고정신의 나타남이며, ‘열린 자아’에 기초한 그의 상생의 경영관은 UNWPC를 통해 오늘의 지구촌 실정에 맞게 재창조될 것이다. 그리하여 특수성과 보편성, 개체성과 전체성이 통합된 세계시민사회가 열리게 될 때 ’참여하는 우주(participatory universe)'는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책 p.324』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최민자 교수가 펴낸 본서는 많은 장을 할애하여 장보고정신을 오늘에 재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그의 국제경영관의 현대적 재창조로서의 UNWPC(유엔세계평화센터)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강렬한 건립 의지는 오늘날 지구촌의 점증하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하고 그 희망의 발원처를 내심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사랑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되며, 21세기 NGO시대를 맞아 국가*민족*인종*종교*성(性)의 경계를 초월하여 인류의 ‘지속적인 평화’의 염원에 한마디로 불을 당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일견 연결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청해진의 해상왕 장보고와 UNWPC의 시공을 초월한 연대는 저자의 해박한 고대 한지중해(韓地中海)의 역사관련 지식과 시대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의 무릇 쉼 없는 대화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곧잘 응용하듯 위기는 기회일 수 있고 궁하면 통하는 이치는 ‘세계인 장보고’의 현대적 재조명과 그에 관한 실천적 연구를 통해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UNWPC라는 국제경영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난 이 책을 손에 쥐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묵직한 힘을 보태어 찬찬히 덮었다. 밀려오는 감동과 환희, 그리고 가슴을 저미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포개어 가슴에 갖다 대었다. 밝아오는 세기의 여명 앞에 서서 봉사하기를 늘 다짐하였으면서도 무엇하나 제대로 일구어내지 못하였던 지난 날을 반성하기도 하였다. 마음 한 끝에서 묵직한 덩어리가 채 내려가지 않고 나를 압박해온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은 오로지 ‘뜻대로 되게 하여 주옵소서’요, 그래도 절망이나 포기가 아닌 사랑과 희망의 역동성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장보고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분위기의 고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장보고에 대한 정보에 갈증을 느끼거나 점증하는 지구촌의 위기로부터 무언가 강렬하고 짜릿한 희망을 느끼기를 원한다면 본 저작을 찬찬히 읽어 보라. 여기엔 사랑과 희망과 상생과 우주생명만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역사, 철학, 사회, 문화, 경영, 미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법이 다 들어 있다. 한마디로 21세기 지구촌이 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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