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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 삶의 완성으로서의 좋은 죽음을 말하는 죽음학 수업
박중철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4월
평점 :

"죽음에 친절한 사회는 없다"
"황폐한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면서 삶만큼 죽음도 존중되는 세상을 제안하는 책"

엄마가 아프시고 죽음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던 차에 읽게 된 책이었다.
한국인에게 좋은 죽음이란,
1.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
2.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
3. 가족과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
4.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리다 죽는 것
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 책에게 자세하게 말해주고 있다.
<죽음의 질 지수>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 중에 3.7점으로 OECD 국가 포함 40개국 중에서 3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보건 의료 환경 분야의 수준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임종 의료 체계가 미흡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들의 수도 적으며, 많은 말기 환자들이 사망 직전까지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서 표현하는 '최빈도 죽음'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쳐가는 죽음의 모습을 '최빈도 죽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최빈도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병이나 장애로 자립이 어려워지면 이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야 한다. 자녀들은 각자의 육아나 생계문제로 종일 간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요양 시설은 현실상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인격적으로 돌보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억제대에 의한 신체 구속이 이뤄질 수 있다.
이를 비윤리적 행위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이 그만큼 요양 시설의 운영은 어렵고 종사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인 인구의 증가와 돌봄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한국 사회의 노인 요양 시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폐렴, 요로 감염, 그리고 갑작스러운 뇌경색 등은 요양 시설의 노인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이 경우 요양 시설에서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시키고 적지 않은 노인들이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망하는 노인들도 많다.
다행스럽게 회복이 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쇠약해진 상태로 다시 요양 시설로 가게 되고 금세 또 발열, 호흡 곤란, 의식 저하 등이 발행하여 다시 응급실을 향하게 된다. 이렇게 말년에는 요양 시설과 종합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떠돌다가 그 쳇바퀴 어딘가에서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빈도 죽음의 모습니다. (p.198~200)
책에서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을 이야기하며, 의사들의 원칙주의로 인한 연명의료와 거기에 맞서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회적 기능은 병원으로 넘어온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환자의 평화로운 임종을 지켜주는 것에는 무관심하며, 오히려 마지막까지 죽음에 맞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연명의료라는 첨단의학의 가장 비참한 비극이 양산되고 있다. (p.75)
저자는 의료인들이 환자의 인간적인 죽음을 지켜주는 것으로부터 보람과 자부심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건인지에 대해, 죽기 전 병원으로 옮겨져 연명의료를 받다가 중환자실에서 삶을 마감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저자는 이렇게 의사로서 지금까지 많은 죽음을 목격한 후에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가감 없이 드러내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제안을 하고 있다.
1. 종합병원 임종실 설치 의무화
2. 물과 영양공급 의무조항 삭제
3.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적극적인 확대
4. 간병 등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
5.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병원 수련 과정에서 죽음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
한국인들의 역사에서 비롯된 죽음에 대한 인식과 병원 시스템, 의사 개인의 자존심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원인이 된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사례와 보고서, 의료인들이 쓴 책들을 인용하여 병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죽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무엇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내용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명 가치는 단지 생물학적 목숨을 넘어 인격적인 존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격적 삶이란 목숨을 보존하는 생존을 넘어 자신만의 서사에 도전하는 실존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삶은 자신의 정체성이 지켜지는 결말을 통해 온전히 완성될 수 있으므로, 모든 이에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통 없이 잘 죽을 수 있는 권리와 스스로 자기 죽음을 살아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나는 소망하게 되었고, 더불어 내가 탐구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의과대학생들과 동료 의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게 되었다. (p.321 에필로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