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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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이름을 보고 골랐다.

한창 어린아이들 돌보며 힘들어하고 있을 무렵 읽었던 《엄마의 독서》라는 책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2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저자이신 정아은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골라보았다.

《엄마의 독서》에서는 너무나 '엄마'였는데 이 소설의 내용은 그 분위기와 너무도 거리가 멀어 깜짝 놀랐다.

 

일명 '뇌섹남'으로 일컬어지는 평론가 김지성에게 추락의 날개가 달린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를 보살펴주는 나채리라는 여성이 지성의 집에서 동거하게 된다.

지성의 오랜 지인인 민주는 갑자기 지성을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한다.

미투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아 계속 궁금증을 안고 읽어 나갔다. 그리고 결국 후반에 미투 사건의 경위가 밝혀지는데 반전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이 사건에 대해 논리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제 의견을 표하는 사람들을 추동하는 힘을. (중략)

현실 속 제 삶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 남자의 성 추문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비장하게 발언하게 만드는 힘. 그것은 인정욕구였다. (중략)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빈곤하게 만들었는가. 왜 누군가에 대한 비난과 평가를 통해서만 자신을 증명하도록 만들었는가 (p.349)

 

미투와 관련한 내용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많이 반영하고 있어서 생각도 많아진다.

남초 커뮤니티, 여초 커뮤니티, 보수 언론, 진보 언론... 서로를 향한 혐오와 대중의 광기를 보며 과연 이것이 정상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지성은 민주와의 미투사건을 통해 잊고 지냈던 지날 일들을 떠올리게 됐다.

호감을 나누었던 여성과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성에게 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이 떠올라 괴로워하게 된다.

김지성이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 아닐까?

정아은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부디 어리석고 비열하고 위선적인 주인공들을 각각 한 명의 인간으로 연민하며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느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경계선이 불분명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글의 마지막에는 나채리라는 여성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 이야기는 이 소설과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또 다른 소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에서 다루어진다.

그 소설 또한 궁금해진다.

나채리는 어떤 의도로 김지성과 함께 지낸 것이며,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또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속에서 나채리는 '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다. 지성과 화이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자기만의 서사를 펼쳐나가는데, 상대가 주인공인 소설에 조연으로 등장하게 된다.

두 소설을 모두 읽으려면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읽고 다음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를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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