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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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십 대 중반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소설가이자 유튜브 채널 (Pursuit of Wonder)을 운영하는 젊은 남성의 일기 형식의 에세이다.

이 글들은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라는 제목으로 그의 데스크톱에 남겨 있었다고 한다.

삶과 죽음에 관한 사색이 담겨있다.

 

죽어가는 과정이란 참으로 괴상하고 혼란스러우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두뇌에는 인간이 죽음 앞에서 너무 고통스럽거나 너무 무섭지는 않게 해주는 반응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는 듯하다.

(241)

 

 

 

어머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나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나의 인생조차 알지 못한다 그 시간이 오면 내가 살고 죽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울적하고 참담한 방식에서가 아니라 어쩌면 자유로운 방식에서 그렇다. 내 인생이 어찌 되든 더 이상 아무렇지 않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 또한 아무렇지 않다.

(253쪽)

 

 

 

 

작가는 죽는다는 건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도 몹쓸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자체로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유로운 방식'에서 죽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나에게는 꽤나 다행으로 느껴진다.

이런 내용을 보니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저 '공포'로만 느껴지는 죽음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나의 인생의 일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결혼과 출산처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은 일이 실제 벌어졌을 때 느꼈던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물론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내 성격으로 봐선 절대 당황만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담담하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에

'일반적으로 환자가 원하는 건 의사가 숨기는 과학 지식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실존적 진정성이다'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온 것 같다.

저자는 그 누구도 아닌 지'금의 나'와의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의 '나 됨'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우주 안에 있는 우리만의 공간인 우리 자신 안에서만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살면서 나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중략)

당신은 당신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희망이어야만 한다.

(75쪽)

 

 

 

책은 자신의 가치관이 많이 담겨있고, 병의 선고와 치료 과정이 조금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평소 죽음에 대해 궁금하지만 외면하고 싶어 했던 나에게 죽음의 과정 속에 있는 이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참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비교적 차분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여서 괜찮았다.

이 사람은 내가 아니고, 저자도 느끼는 기분과 고통이 시시각각 달랐겠지만 그래도 글에서 느껴지는 바로는 나에게 죽음이 닥쳤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죽음에 이르게 된 내용이기에 가볍게만 읽을 수는 없었고, 내용 또한 쉽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연령대에 죽음을 선고받았던 의사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도 생각나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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