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2014 토지문학제, 단편소설 <안락사회>로 대상을 수상한 작가 한사람의 단편소설집이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곁들여진 첫 번째 작품집이다.

 

목차

1. 안락사회

2. 코쿤룸

3. 집구석 환경 조사서

4. 아름다운 나의 도시

5. 기억의 제단

6. 조용한 시장

7. 클리타임네스트라

 

 

<안락사회>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할 처지에 놓인 개의 시선으로 쓰인 작품이다.

진돗개인 다솜이의 처음 주인은 최변이었다. 최변의 아이가 기형아로 검사 결과가 나와 집안에는 우울함이 감돌게 됐다. 거기다 다솜이 순종 진돗개가 아님을 알게 되어 최변은 다솜을 버렸다.

두 번째 주인은 철거지역에 사는 윤이다. 윤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데 어느 날 철거가 강제 집행되어 쫓겨나게 되었다. 거기서 다솜은 유기견 보호소로 넘겨졌다.

안락한 가정을 위해 기형아로 검사 결과가 나온 태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안락한 사회를 위해 윤이네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솜은 결국 안락사되었다.

안락한 무언가를 위해 사라져줘야 하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32쪽) 지난 10일간 이곳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쳐 왔다. 탈출은 실패했다. 철망에 갇혀 내내 생각했다. 왜 날 가둔 건지, 저들이 뭐길래, 내 삶인데, 저들이 뭐길래... (중략)

의식이 완전히 허물어져 내리기도 전에 직원이 내 목에서 번호표를 떼어 냈다. 먼 데서 수의사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156번, 안락사했음."

 

 

 

<집구석 환경 조사서>

"현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내게 한 아이가 불쑥, 오래전 내 '장래 희망'을 들이밀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학생의 '정규직'이라는 장래희망을 보고 과거의 자기를 떠올렸다. 엄마, 아빠가 억척스럽게 살아가지만 그놈의 집구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 치 앞 정도는 내다볼 수 있는 교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의 대출 부탁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학생에게 메모를 쓴다.

'저 먼 우주에서 수만 광년을 날아온 밤하늘의 별빛처럼, 지금 네가 품은 희망도 힘겹게 네게 온 소중한 꿈이란다. 다만 이제는 어떠한 직종의 정규직이어야 할지 고민해 보기 바란다. 그 꿈이 정해지면 선생님에게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7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과거 회상 부분이 레트로 감성이다. 내용은 좀 우울하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안녕한지 궁금하다.

74쪽) 집구석이 문제야. 이놈의 집구석...... 집구석이란 단어에선 애증의 냄새가 난다. 가정과 집구석 중에, 가족과 어울리는 단어는 단연 집구석이다.

87쪽) 나는 나의 '장래'앞에서 문제 많은 가족들을 생각했다. 누구 하나 순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이 없었다. 생은 예측불가라서 의미 있다고들 하지만, 한 치 앞 정도는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 내 희망은 내 가족처럼만 살지 않는 거라고 해도 좋았다. 나는 모든 막연한 것들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안전한 미래를 찾아야 했다. 나는 '장래 희망'란에다 '취직'이라고 적었다. 그 이상 뭘 더 바라는 건 욕심처럼 느껴졌다.

 

 

 

<클리타임네스트라>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왕비로, 남편을 배신한 아내를 상징한다고 한다.

아빠는 내가 막 말을 배울 때 미국의 한 호텔에서 시설물 관리를 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이제 곧 미국으로 이민 갈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엄마는 알람 대신 라디오 '굿모닝 팝스'로 아침을 열었다. 내가 동네 꼬마들에게 미국 갈 거라고 자랑할 때쯤 아빠에게서는 연락이 뜸하더니 이내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중학생이고 엄마는 마흔.

집에 남은 방 하나를 하숙을 놓았다. 그 방에 들어온 아저씨는 작가 지망생인듯하다. 엄마와 나와 아저씨는 함께 영화도 보며 잘 지낸다. 그런데 엄마가 좀 이상하다. 화장도 하고 아저씨와 맥주도 마시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일곱 살이나 어린 아저씨를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아저씨를 좋아하기로 했다.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정말이지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아저씨를 집에서 쫓아낸다. 더불어 모성애까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하지만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엄마에게도 존재하는 여성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40대의 여자로서 서글픈 기분도 드는 내용이었다. 내가 어릴 때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40이 넘은 여자는 여자가 아닌 엄마라는 생각.

7편의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마흔에도 볼에 분홍빛을 피울 여성이 있음을 나도 외치고 싶다!!!!

228쪽) 솔직히 지금도 나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포만감 때문에 남은 생이 좀 지루하다. 그런데 열아홉도 스물아홉도 아닌 마흔이라니. 그건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엄마의 스물아홉은 엄마의 여성이 살만해서 기꺼이 살았던 생이고, 마흔엔 엄마로 서니까 살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고, 마흔 살의 여자에게 이보다 위로가 되는 구호는 없을 거다.

239쪽) 모쪼록, 엄마의 여성이 살 만해 하는 마흔의 생이 길 바란다. 엄마의 볼에 핀 분홍빛을 다시 보고 싶다.

 

 

 

 

<코쿤룸>과 <기억의 제단>은 많이 우울한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어머니는 희생하는 내용이었고, 강박적으로 씻고, 닦는 행위와 락스를 마시는 내용이 등장한다. 광기 어린 내용이 나에게는 난해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나의 도시>는 젊은이의 욕망이 잘못 표출되어 망가져가는 모습이 계속되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조용한 시장>은 은퇴한 가장과 취업을 포기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아들이 등장한다. 현실에 있을법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안녕'을 묻고 싶다.

작가는 이 책으로 독자도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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