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놀로지가 내 삶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 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지음 / 밈 / 2008년 7월

그동안 생명공학하면 항상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며 황우석사건에서 보았던 과학에 대한 맹신과 광기, 일단 그 모든 것이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나의 일상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이 책은 깊이 각인시켜준다. 그것은 이미 거부냐 긍정이냐 하는 차원의 단계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마치 근대문명이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고, 우리 존재 자체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렇게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미 우리의 삶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쥐고 있던 무기인 생명윤리라는 낡고 좁은 틀을 벗어날 것을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간곡하게 설득한다. 윤리나 도덕의 문제는 여전히 개인적인 선택(이것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맞힐 것인가 말 것이가, 성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의 문제로 남겠지만, 그런 선택에는 이미 많은 사회적 제약과 조건,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등등의 권력문제가 작용하고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계속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수준의 가치와 기준들(학력, 미모, 경제력 등등)에 부응하기 위해 쩔쩔매며 달려가다가도, 어느 순간 사회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곤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가치 기준은 끊임없이 바뀌어가고, 우리는 이런 딜레마 속에서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에 어떤 순간에 부당한, 혹은 불합리한, 또는 불평등한 힘이 개입되는가? 이 책은 살면서 매 순간 부딪치는 갈등과 딜레마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생각거리들을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