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뱀파이어 -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임옥희 지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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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과 표지의 화려함 만큼이나 격렬한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사회가, 우리가, 아니 내가, 자본주의적인 폭력과 광기에 얼마나 깊이 연루되어 있는지, 

그 흡혈적 본능에 얼마나 충실히 복속되어 있는지,  

아프게 각인시켜준다.  

특히 교육과 육체의 문제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개를 쳐드는 

나라는 개체의 욕망과 불안,

내 아이들의 불투명한 미래, 내 가족의 생존 등등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내 자신의 비굴하고 초라한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분명 나만큼 스스로에 대해 갈등하고 환멸하면서  

스스로의 욕망과 불안을 까발리면서  

우리사회의 욕망의 지형도를 그려낸 듯하다.  

정성껏 동원한 수많은 이론가들의 꼼꼼한 분석과 화려한 수사들도 

필자의 그 황폐한 내면을 다 가려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만큼 더 아프다.  

하지만 바닥을 치는 몰락과 고통의 끝자락에서야 겨우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처절하고 처연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창백한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처럼.  

자신의 흡혈 본능을 이겨내고  

자신의 욕망의 대상들을 함께 공존해야 할 타자들로, 

두 손 벌려 환대해야 할, 그리하여 악무한적 경쟁과 억압과 살상의 고리들을  

끊어낼 수 있는 견결한 자기실천의 고귀한 동지들로 바꾸어내는 것.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그 행위를 통해  

그는 윤리적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나는, 정말로 채식주의자 뱀파이어가 될 수 있을까?  

표지의 쾡한 눈길이 간절하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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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10-05-0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그 행위를 해낼 자신을 갖고 있진 않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만나고 함께 있다보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아직도 타자를 밀어내려는 빤히 보이는 욕망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야마는... 못난 나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