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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접한건 네이버 오디오북 오늘의 책에서 유튜버 겨울서점님이 낭독하신 민음사 출판 버전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워낙 유명한 소재로, 만화 캐릭터나 할로윈 분장 캐릭터로도 유명해서 '괴상한 박사가 만들어낸 사람 형태의 괴수'정도로 생각했는데, 원작은 내 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우선 도입부가 프랑켄슈타인과는 전혀 관계 없는 월턴이라는 남자가 북극으로 항해를 떠나는 과정에 누님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되서 '이게 내가 아는 그 프랑켄슈타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해 중 친구를 원했던 월턴이 죽기직전 구조한 사람이 프랑켄슈타인이었고, 그의 부모님의 결혼스토리부터 길고 긴 이야기 끝에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스토리가 나온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대한 깊은 탐구 결과로 인간처럼 살아 숨쉬지만 흉측하게 생긴 괴물을 만든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괴물을 혐오한다.
자신의 창조자로부터 부정당한 괴물은 본능을 따라 살기 위한 여정을 떠나던 중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흉측한 외모로 인해 거부당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막내동생을 살해하게 된다.
다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게 되자 혼자라는 외로움을 토로하며 반려자를 만들어 줄것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하고, 괴물은 복수로 프랑켄슈타인의 가족과 약혼녀를 살해한다.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죽이고자 하는 일념으로 뒤쫓다 항해자를 만나게 되었으며, 과거의 일을 털어놓은 뒤 결국 복수를 하지 못한채 죽음을 맞이한다.
책에는 군데 군데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 소설이 왜 고전일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작품이 처음 등장했던 시대적 상황과 역사를 알게되니 이해가 갔다.
우선 이 소설은 최초의 SF소설이라고 한다. 인간이 인간과 똑같이 살아숨쉬고 말하고 생각하는 피조물을 창조해 낸다는 개념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상상이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출판된 당시는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걸리버 여행기 등 SF적 소설은 있었지만 모두 정치풍자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었으며, '피조물의 창조'라는 개념은 프랑켄슈타인이 최초 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19세 여성이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놀랄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발달한 과학에 의해 인간이 성장하고 그 과정에 학습 발달 한다는것을 알고 있었기에,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아무런 가르침 없이 스스로 깨닫고 학습해나가는 과정이 신기했지만 말 그대로 SF소설이니 이쯤이야 문제될것은 없다.
소설에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괴물을 직접 만든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괴물이 흉측하다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박대해 진짜 괴물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해 안된건 프랑켄슈타인의 혐오였다. 자기가 만들어놓고 도대체 왜?
그리고 막내 동생의 살인자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누명 쓴 여성이 불쌍하다, 괴롭다 말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비겁함도 소설을 보는 내내 경멸스러웠다.
사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내용이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만들어낸 배경은 유년시절 연금술을 깊이 탐독하며 불멸의 묘약을 만들고자 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이 연금술의 내용이 담긴 아그리파의 책을 들고 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친절한 설명이 아닌 무시로 답했다. 그 결과 프랑켄슈타인은 아버지는 연금술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한 채 오랜 세월 연금술을 탐독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난 교수는 그가 가진 연금술에 대한 관심을 무시하지 않고 귀기울여 주었으며, 오만과 편견이 없는 멋진 학자로서의 답변을 해주었다. (덕분에 프랑켄슈타인이 현대 화학에 눈을 뜨고 열공해서 괴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습득하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아버지 같은 태도를 취한적은 없는지? 혹은 내 자녀에게 절대 저런 태도를 취해서는 안되겠다는 깨닪음. 오만과 편견이 없는 교수의 시야와 태도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프랑켄슈타인>은 고전 명작 답게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처음 민음사 버전으로 오디오북을 들었을때는 누님과의 편지에서 과도한 높임말이 엄청 어색했는데, 세번이나 듣고 난 다음 '현대지성'의 반말체 번역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작품을 읽는 사람이라면 '현대지성'버전의 번역본이 더 쉽게 읽히리라 생각해본다.
<프랑켄슈타인>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유일한 고전인것 같다. (오만과 편견이나 키다리 아저씨 같은건 읽은적이 있으니 처음은 아닌가?) 이전에는 고전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 책 덕분에 다른 고전들도 읽고싶어졌다.
나처럼 시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오디오 북으로 듣는것도 완전 강추한다.
나는 어릴때 고전을 전혀 읽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고전을 읽히고 함께 여러가지 생각을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