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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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사이즈의 단편집은 제목에 어울리는 예쁜 아기가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꿈의 아이>라... 몽고메리의 대표작 <빨간머리 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로 글을 쓰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차례에서 '저자가 폐기한 단편소설'이라는 내용을 읽고 왜 폐기했을까...? 궁금했는데, 덧붙임 글을 통해 자세한 배경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한동안 실용서 위주로 독서를 하다보니 이렇게 사색을 하도록 도와주는 출판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월간 내로라는 한달에 한권 씩 선정된 단편들을 배송하는 시스템인것 같다.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구독 신청을 할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된다.

책의 서문에 던져주는 사색의 주제. '상실과 그것을 이겨낸 경험'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나는 이렇다 할 상실을 경함한 게 없는 것 같다. 조부모님은 양가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었고, 내가 비통에 잠길 정도의 상실감을 줄만한 대상은 아직 나를 떠난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라는 가정으로 상상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에 대한 상실이 과연 실제 경험 없이 상상으로 가늠 할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 같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많이 참고해두면 내가 정말 커다란 상실을 경험했을 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의 앞부분 에서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 특유의 아름다운 비유와 묘사가 넘쳐난다. 계시처럼 깨달은 사랑의 단어를 하나씩 모으다 보면, 선명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직관적인 문장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 이라니. 어떻게 이런 멋진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월간 내로라에서는 왼쪽에는 원문, 오른쪽에는 번역문을 싣고 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다른 나라 언어를 생동감 있게 번역하는 번역자의 역랑도 정말 중요하다는걸 요즘은 느끼고 있는데, 번역을 담당하신 '차영지'님께도 박수를 보낸다!

어스름한 구름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라니! 청명한 에이번리 항구의 하늘처럼 푸르른 눈동자라니! 실물을 볼 수 없지만 이 묘사들을 통해 생생하게 아름다운 조세핀을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몽고메리 특유의 묘사들을 깊에 음미할 수 있게 된 나이가 되면서 빨간 머리 앤 전집을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짧은 단편에서 행복한 순간은 앞 몇장 뿐이었다. 저렇게 사랑했던 부부는 결혼을 하고 너무 소중한 첫 아이를 얻는다. 하지만 그 소중한 첫아이를 20개월만에 잃게된다. 아내 조세핀은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밤마다 자신을 부르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환청으로 들으며 밤거리를 헤매게 된다. 아내 조세핀을 사랑했던 남자는 묵묵히 함께 밤거리를 헤매며 아내의 곁을 함께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20개월이면 지금 우리 둘째 또래인데,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이긴 하지만... 정말 저렇게 환청이 들릴 정도로 깊은 상실에 빠지게 될까? 그냥 상실감에 매일 매일 슬퍼하는 것과 환청을 듣는 것은 약간 다른 영역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심약한 사람? 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드는 느낌이었다. 분명 저 아내도 본인이 환청을 듣고 싶어서 듣는건 아닐텐데도 말이다.

남자도 아이를 잃어 슬펐지만 심각한 상태의 아내에 대한 걱정이 더 컸던것 같다. 그러다 부부는 기적처럼 정말 낡은 조각배에 밀려온 갓난 아기를 발견한다. 부부는 그 아이를 꿈의 아이라 칭하며 키우기로 한다. 그때부터 더 이상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지않는다. 이후 다른 아이들도 출산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것으로 마무리 된다.

앞부분의 슬픔에 비해 뒷 마무리가 너무 허겁지겁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약간 아쉽기도 했고,(이래서 작가가 미발표 했을지도?) 결국 아내의 상실감은 집착의 대상이 다른 무엇으로 대체된 것에 불과한것 같아서 나는 좀 공감이 안갔다. 내가 '그 아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슬프다기 보다 뭔가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려서 심각하게 슬퍼하다가, 대체제를 찾자 회복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얇은 책은 정말 짧은 단편과 함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작품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몽고메리가 실제로 아이를 잃는 상실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던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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