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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나는 우주, SF, 히어로, 소설, 고래 중 무엇 하나라도라면 좋아 죽는다.
'인문학', '자기계발' 하는 세상에서 엉뚱하고 말도 안돼도 좋으니 흥미롭고 매력있는 이야기 매니아인 나로서는, 딱 이 소설이 가히 선물세트였다.
외계인나오고 어쩌구 하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라 하여,
영화보기 전 가볍게 읽어볼까 해서 주문을 했고.
새파랗고 하이얀 하늘 배경의 표지에 약간의 로맨스물이겠거니 기대했으나,
상상도 못했던 여러 단편의 모음집이었고, 그 내용마저도 신화, 천사, 외계인, 수학자 등 중구난방의 소재의 이리 튈지, 저리 튈지 감도 안오는 그야말로 SF 소설.
첫 단편 '바벨론의 탑'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솟구쳤다 흥미가.
물론 이 작가의 이야기는 슬슬 읽어도 이해에 문제가 없을 만큼 순조롭진 않다.
한 편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 중간의 어느 장면에 돌아가 다시 읽은 경우도 있었다.
원래 난 좀 두번씩 들어야 안까먹고, 뭐 원래 좀 그렇긴 하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마지막장을 다 읽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나의 이러한 이해력부족이 낳은 독서 습관은 이 소설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던 중간에 결론이 너무 궁금해서 영화를 봐버렸다.
그러고나서 읽으니 영화만 보고 생긴 몇몇 물음표는 앞뒤 맥락을 아니 무릎이 탁 쳐졌고,
뭔가 주인공 처럼 한때 어학도였기때문에 뭔가 모를 부분에 동의가 되었다.
의견이 분분한 영화의 결말에 대해 무어가 정답이라 할 수 없는 나만의 해석도 되었다.
한국어든, 영어, 러시아어든, 외계어든, 그러리라는 것.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와 생각을 배우는 것으로,
어느 언어를 배울수록 그들의 언어 법 속에 녹아든 세계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고,
같은 맥락으로
나의 언어를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교환한다는것은 나만의 언어습관과 뉘앙스속 나만의 문화와 생각을 누군가와 이해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 반대로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와 나는 어느지점에서 완전하진 않지만 서서히 맞추어 변해가고 있다는 것.
나의 말속엔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당신에게 한번 걸쳐나온 내 인생의 이야기도 있다,는 것.
네 아버지가 지금 내게 어떤 질문을 하려고 해.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에 새겨두려고 하고 있지. p151
아무리 내가 ‘헵타포드 B‘에 숙달했다고 해도, 나는 내가 진자 헵타포드처럼 현실을 경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마음은 인간의 순차적 언어들의 주형에 맞춰 만들어졌기에 외계인의 언어에 아무리 깊게 빠져든다고 해도 그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세계관은 인간과 헵타포드의 혼합물이다.p223
‘헵타포드 B‘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전, 나의 기억은 극미의 담뱃불처럼 타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의 의식-순차적인 현재에 머물러있는-이 만들어내는 한 줄기 담뱃재처럼 자라나고 있었다.p223
헵타포드들과의 공동 작업은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어.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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