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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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들에게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마냥 두렵게 느껴진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른'이라는 말조차 꺼내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은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내가 10대였을 때 20대는 절대 올 것 같지 않았지만 기어코 오고야 말았고, 아마 30대 또한 그렇게 소리없이 올 것이다.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다니.. 참 시간 빨리 간다... 아.. 믿기지가 않아!!"
20대 초반부터 매년 말쯤 되면 했던 이야기들인데, 이제는 가슴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한다. 나 자신도 아직 내 나이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더라도 좀 더 의연해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었기에 이 책을 펴보았다.

 

주인공인 29살의 최순자는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되돌려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변호사를 통해 나이를 17살로 바꾸었다. 그렇게 93년생 미성년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고등학교 생활을 한다. 그녀는 1년 동안 그렇게 살다가 서른 한 살인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기에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과거로 되돌아가 새롭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기에,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여자에게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서른', 그리고 그 이후의 나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마지막 구절은 정말 몇 번을 읽어도 가슴뭉클하게 다가온다.

 

서른만 실종됐던 서른두 살 최순자는 말한다.  
- 끝은 어디에도 없다.
설사 죽어서도 땅에 묻혀 다시 한 그루의 은행나무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가.
내게 주어진 것이라면,
나는 사랑도 질투도 그리움도 실패도 망설임도 후회까지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이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여유를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서른 이후의 나이라고 행복하지 않을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누가봐도 가장 좋을 때라고 여기는 20대 초반의 사람들 또한 불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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