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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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 윌북

"우리 집에 온 것을 환영하오. 자유로이 들어왔다가 안전히 돌아가시오. 당신이 안고 온 행복을 조금만 남겨놓고 가면 좋겠소."(p.38)


영하 17도의 날씨에 읽는 호러 컬렉션은 더욱 스산하다. 윌북 호러 컬렉션 세 권 중 가장 두껍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드라큘라>를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새로운 번역 덕분에 책장은 금방 넘어갔다.

이야기는 런던의 변호사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의뢰로 트란실바니아에 출장을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19세기 고딕 호러 소설의 계보를 잇는 <드라큘라>는 편지와 일기 등의 기록을 엮은 형식의 서간체 문학이다.

서간체 문학은 연대기 순으로 짜 맞춰져 있더라도 편지의 특성상 시공간의 갭이 존재한다. <드라큘라>는 여러 사람의 편지와 일기, 보고서 등을 시간 순서로 엮어 우리는 시점의 변화로 인한 혼란과 여러 시선에서의 다각적 이해가 상충하는 틈을 가지게 되는데 그 속에 숨겨진 복선과 암시를 유추하며 그 틈을 메워가게 된다. 그리고 말하는 듯한 서술 방식으로 더욱 실감나는 묘사를 가능하게 해준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미신보다는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중요시했던 것에 반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표출 된 고딕 소설은 당시의 낭만주의 문학사조 틈에서 태어났다. 고딕 소설은 춥고 습한 영국, 아일랜드, 동유럽의 겨울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이 어우러져 더욱 음산한 기류를 만드는데 <드라큘라>에도 고딕 소설의 클리셰인 고딕 건축양식, 첨탑, 오래된 대저택, 안개, 달, 늑대, 박쥐, 창백한 여인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신비한 요소들에 힘입어 고딕 소설은 명확한 인과관계나 논리적 설명보다는 초자연적 믿음을 굳건히 한다.

“자넨 똑똑한 사람이야, 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대담한 생각도 던질 줄 알지. 그렇지만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따라가지 않지. 그리고 일상의 삶 바깥에 있는 것들은 말이 안 되는 일이고. (...)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은 우리 과학의 결점이야. 그리고 설명이 안 되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버리지.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매일 새로운 믿음이 자라나고 있어. 믿는 사람들이야 새롭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새로운 척하는 오래된 믿음일 뿐이야.” (p.368)


이성의 시대에 비이성적인 존재라니! 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당대의 전통적인 순종적 여성상과 스스로 신여성이라 칭하는 진취적인 지식인 여성, 드라큘라 백작으로 상징되는 절대악, 비이성, 모호함과 그 반대편에 있는 절대선, 이성의 확신의 상징인 남성들이 대조되며, 미신이 팽배한 트란실바니아와 산업이 발달해 합리적 이성을 중시하는 런던이라는 지리적 배경 역시 대조된다.

반 헬싱은 작가의 의식이 만든 가장 완벽한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데, 이성적인 지식을 대표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나 현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유연한 태도를 지녔고, 신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칭송하는 깨어있는 의식과 약자를 보호하려는 신사적인 면모와 이타적인 성품을 갖추었다.

“미나 부인은 우리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천국이 있고 그 천국의 빛이 지상에도 내려올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하느님께서 손수 빚으신 사람입니다. 이토록 의심 많고 이기적인 시대에 미나 부인처럼 정말 진실하고 상냥하며 고귀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있는 거요.” (p.362-363)

브램 스토커는 이 소설을 통해 "언데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드라큘라" 라는 고유명사를 "뱀파이어"라는 일반명사와 동일시하게 만들었다. 정말 대단한 파급력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소설 앞부분에만 등장하는데도 말이다. 보이지 않기에 생각만으로 더욱 무서운 그의 존재감은 과학적 믿음 뒤에 가려진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비합리적 욕망과 맞닿아있다. 이를 브램 스토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와 그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으로 잘 풀어내었다. 비록 당시에는 드라큘라 백작이 이교도와 절대악의 존재로 표현되었지만 현대에는 더욱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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