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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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질문들>>
마거릿 애트우드 / 위즈덤하우스





📖 이것들은 지난 20년 동안 내가 남들에게 받았던, 그리고 스스로 던졌던 타오르는 질문들 중 일부다. 이 책에 내 답변들이 있다. 아니, 답변의 시도들이라고 해야 할까? 에세이란 결국 그런 거니까. 시도, 노력. (p.17)

📖 소설은 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답을 제공하는 것은 지침서들의 몫이다. 대신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p.560)

이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2004부터 2021년까지 했던 강연들과 에세이 등을 모아 펴낸 산문집 <<타오르는 질문들>>의 문장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책에 자신의 작품들, SF문학, 페미니즘, 정치, 기후위기, 사회 등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썼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개인사는 바깥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상호작용 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쓰기의 힘은 바로 이런 끊임없는 질문이 아닐까?

많은 질문들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타올랐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SF / 디스토피아
애트우드 소설의 장르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애트우드의 말에 따르면 ‘장르소설’은 “매일의 수레바퀴가 일으키는 일상의 모래먼지에 우리의 코를 쑤셔 박는 대신 우리에게 유희를, 불온한 도피주의를 제공한다.”(p.29)고 한다. 경기가 호황일 때 사람들은 유토피아 소설을, 불황일 때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애트우드는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한 불쾌한 미래에 대한 책들을” 쓴다. “우리가 그런 미래를 현실에 허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p.645)

그녀가 늑대인간, 뱀파이어, 좀비의 계보를 바라보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좀비는 기억과 예지가 없기에 암울한 과거와 혼란스러운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 대신 ‘걱정, 의심, 불안 등의 정신적 고통 없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기묘하게 축복받은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
이 문제에 대하여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공적 노력과 정치적 의지의 촉구이다. 그리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잊은채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이원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말한다. 그리고 다른 재앙들과 달리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있지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번역
<번역의 땅> 2014
📖 어느 작가의 작품을 다른 언어권의 독자가 조금이라도 파악할 기회는 오로지 번역가에게 달려 있습니다. 번역가의 임무는 정확한, 또는 충분히 정확한 텍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아가 흥미진진하고, 웃기고, 가슴 아픈 곳들을 똑같이 흥미진진하고, 웃기고, 가슴 아프게 옮기는 것입니다. (p.341)

★실존주의
시몬 드 보부아르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웠다. 양대 세계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은 프랑스의 실존주의자들을 바라보는 캐나다인의 모습과 그 반대의 입장에 대해 모두 공감이 가게 묘사되어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철학은 뜬구름잡는 소리’라는 편견은 실존주의자 철학을 만나면서 산산조각 났었는데, 그 이유도 애트우드가 너무나 잘 설명해주고 있어 그녀의 말을 빌려 옮겨본다.

📖 오만한 무시! 세련된 경멸! 프랑스 스노비즘만한 스노비즘도 없다. 특히 좌파의 스노비즘. (...) 거기서 마침내 <제2의 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 이 시점에서 내 두려움의 일부는 연민으로 대체됐다. (p.617)

📖 우리가 보부아르에게서 발견하는 준엄함, 냉혹함, 실존의 추한 면에 대한 서슴없는 시선을 프랑스가 겪은 시련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양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그에 따른 궁핍, 위험, 불안, 정치적 내분, 배신을 겪는 것은 지옥을 통과하는 것과 같았고 당연히 개인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따라서 우리 어머니에게는 냉철한 시선이 결여돼 있었다. 대신 어머니는 소매를 걷어붙인 쾌활함, 징징대지 않는 현실성을 체화했다. 이런 면모가 20세기 중반의 파리지앵들에게는 무례하리만큼 순진해 보였을 것이다. 존재의 가혹함에 압도당한 적이 있는가? 끝없이 산 위로 밀어 올리지만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시시포스의 바위에 직면한 적은? 정의와 자유 사이에서 실존적 갈등에 허덕여보았는가? (p.619)

★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치우치지 않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선이 좋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아무런 해설도 남겨놓지 않은 셰익스피어와 달리,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녀 이야기>의 설명도 매우 좋았다.

내가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한다. 고발자들의 눈에 착한 페미니스트란 어떤 페미니스트일까? (p.513)

여성의 시민권과 인권이 존재하려면 우선 시민권과 인권부터 있어야 한다. 여성의 투표권이 있으려면 우선 투표권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오직 여성만 그런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어야 착한 페미니스트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것은 남성만 그런 권리를 가졌단 과거 상황의 동전 뒤집기에 불과하다. (p.514)

우리 대부분은 이중으로 부자유하다. 우리의 ‘할 자유’는 승인과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들에 한정돼 있고, 우리의 ‘하지 않을 자유’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 많은 것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다.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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