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연구 민족사 학술총서 58
서영애 지음 / 민족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 '신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연구'의 저자(서영애)는 머리말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학계, 특히 불교나 유학, 도교와 같은 동양학에 만연한 문헌학이나 고증에 치우친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현대적인 학문의 방법론이 그것이다. 문헌학적인 방법은 과거의 사상이나 역사를 다룰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나, 너무 거기에만 치중하면 좀더 창의적인 학문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실의 문제와 멀리 떨어진 상아탑에서만 맴도는 폐쇄된 담론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학계에서 문헌학적인 엄격한 방법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유럽이나 일본의 연구 결과를 모범 삼아 따라가기 바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지금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학문의 다양한 질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학문 방식에 대해서 꺼려하기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우리답게 소화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잠깐 옆길로 샜는데, 이 책의 머리말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이 보인다. 각 학문의 경직된 벽, 즉 경계에 너무 안주하지 않고, 어떤 비슷한 것들은 하나의 진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서로 연결짓는 방식과 같은 것인데, 이를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Consilience)'이라 했다. 이는 그의 대표적인 책 제목이기도 한데, 여러 학문들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성찰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문학, 철학, 역사학이 통섭되어 있는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다. 즉 필요에 따라서 부분적인 접근으로 분석하고, 그것들을 다시 전체적인 시각에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선, 즉 한국선(韓國禪)의 원형을 밝히려는 것이다. 원효의 선관론(禪觀論)과 선사상을 통해서 중국으로부터 선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우리의 독자적인 선(선불교)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드러내려 함이다. 따라서 '금강삼매경론'에서 그러한 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원효에 대한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연구논문 형식으로 된 약 900페이지에 가까운 엄청난 양을 가졌다. 나도 아직 전부를 다 보지는 못한 입장인데, 다행히 목차가 세부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우선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책 뒤의 찾아보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양과 많은 내용들이 채워져 있지만, 저자의 목표는 한국선의 줄기를 밝히는 것이기에, 읽는 사람도 그것을 염두한다면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결론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같은 자료에 그의 선사상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전) 신라 초기의 선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리나라 고대불교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책이 두껍고 여러 내용들이 나오지만, 서술방식이 그리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여지껏 원효에 관한 연구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원효대사의 탁월함에 비해서 우리가 이끌어 낸 것이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젊은 학자들이 새롭게 원효학을 연구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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