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은 후에, 작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한달에 한 번씩은 한밤중에 거울 앞에서 한 시간 동안 공들여 화장을 했고, 그럼에도 결코 가려지지 않는 나의 수많은 결점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증오하곤 했다. 지금은 자신을 혐오하던 그 때로부터 벗어났다 생각했지만, 이 책은 내가 아직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아마 미래에도 결코 나를 압박하는 미디어와 사회의 외모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울 앞이 아닌, 내 앞으로 다가가고 싶다. 이제는 내 외면을 사회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잣대 삼아 재단하기 보다는, 내 몸과 감정, 욕망과 야망을 소중하게 여기려 한다. 타인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것에 앞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러하듯, 이 책의 모든 논지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코 이 문장이 책이 나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일축시킬 수는 없다. 이 책은 외모에 집착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나와 타인을 동시에 혐오했던, 그래서 너무나도 괴로웠던 과거를 유감없이 불러냈다. 그리고 그 상처에 여성에 대한 아주 큰 사랑과 온정을 쏟아주며 내 과거를 치유했다. 여기에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