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시대
서화숙 지음 / 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그 시기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과정이 서화숙의 상식을 통해 KTX와 같은 속도감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정치, 교육, 사회 같은 분야들 중 그 시기 주목할 만한 일들에 대한 생각을 적고 있습니다. 그 시절 하루하루는 지겨웠고 다음에는 일이 어떻게 돌아갈까 애타게 기다리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2주 간격으로 기록된 것을 읽어 보니 일관성 있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한국 최근세사의 특이한 한 시기로 분류될 수도 있겠습니다. 서화숙씨는 이 시대를 민낯의 시대라고 정의를 내렸네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서슴없이 감행하던 사람들이 주도하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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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이 줄어들면 잘살던 사람이 못살게 된 것처럼 느끼겠지만 국민소득 자체가 풍요는 아니다. (중략) 운하를 파고 멀쩡한 산을 깔아뭉개서 아파트를 지으면 거기에 투입되는 돈 때문에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소득도 수치상으로는 많아지겠지만 그것이 잘 사는 것과는 무관하듯 말이다.

(중략)

덴마크로 살러 간 동료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대의 이 선진국이 냉정하리라 예상했던 그에게 온동네 사람들은 울력으로 집을 지어주었다. 그 마을의 전통이라고 했다. 실상 선진국이란 공동체를 위해 개인들이 희생을 즐겨하는 나라를 부르는 이름이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는 물론이고 무료교육과 무상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제가 땀 흘려 번 돈의 절반 이상을 기꺼이 세금으로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나라이다. --- 2009.1.1. <영혼아, 달려라> 중에서

 

회사 동료가 대학생 때 시위에도 참여했던 의식화한 지식인이라면, 딸은 인생 즐거운 것이 좋다는 개인주의자이다. 그런데도 영장 없는 불심검문에 딸이 더 대차게 반응한 것은 10년은 더 젊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포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았던 좌파 지식인보다는 1987년 이후에 태어나 민주사회를 몸으로 체득하며 자란 개인주의자가 시민의 권리에 더 민감하고 당당하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란다는 것, 일한다는 것은 사람들을 바꿔놓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기본권을 통제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이념과는 상관없이 민주사회에서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가를 아는 세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나이로 치면 87년에 태어난 이들이 벌써 23세이다. 87년 이후에 사회에 진입해서, 정치적인 억압 때문에 시민의 권리를 접어두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된 나이까지 포함하면 40대 후반에 이른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도 언론 자유를 억압하거나 인권을 유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포나 위압감, 위계질서, 밥줄 때문에 공권력의 편에 서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 2010.1.27 <너 자신의 권리를 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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