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말을 호숫가 숲속에서 보내며 자신이 관찰한 것들을 담담히 기록하고 깊은 생각을 덧붙일 수 있었던 소로우는 행운아이며 훌륭한 사람이다. 1970년대 80년대부터 숨가쁜 산업화 시대를 살다가 90년대를 거치면서 이제야 겨우 군사독재 시절을 끝내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실험하게 된 이 나라는 미국의 개척이 한창 진행되던 1800년대 전반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좀 더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삼십대 말이 다 되어서야 소로우의 마음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보다 십여 년 젊은 나이에도 세상과 삶을 차분하게 성찰할 수 있었던 소로우는 행운아로 보인다. 물론 그 성찰의 능력은 본받을 만하고. 다음 구절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맺는말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다.

457-458쪽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중략)--------------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무런 존경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애국심에 불타서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일이 있다. 그들은 자기의 무덤이 될 땅은 사랑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육신에 활력을 줄 정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애국심은 그들의 머리를 파먹고 있는 구더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459쪽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그로 하여금 자신의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죽게 만들려고 한다면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여기에는 맑은 눈과 굳건한 용기가 필요하다. 패배한 자, 자신의 의무를 버리는 자들만이 전쟁터에 간다. 그들은 도망쳐서 군대에 몸을 맡기는 겁쟁이들이다."

이런 구절은 우리가 칠팔십년대에 세뇌받았던 국가주의와 군사주의를 가볍게 들어내는 힘있는 이야기다. 무리지어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라는 소로우의 이야기가 진정 자라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